거제시에는 조금 특별한 택시 한 대가 거리를 누빈다. 이 차를 봤거나 직접 타본 시민도 제법 될 테다. 이 택시의 태생은 자동차 강국 독일이다. 물 건너온 수입차라는 얘기다. 거제시가 밝힌 바로는 지역 곳곳을 다니는 택시 617대(법인 185대·개인 432대, 10월 말 기준) 가운데 수입차는 딱 1대다. 수소문 끝에 지난 1일 지역에서 유일하게 수입차 택시(BMW 320d)를 모는 윤정원(42·사등면) 씨를 만났다.

- 수입차 택시라니 제법 놀랍다.
“2007년 5월에 기존 개인택시를 양수(讓受)해 처음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당시 차량(그랜저XG)을 그대로 타다가 새 차(로체 이노베이션)로 바꿔 6년쯤 탔고, 다시 차량 교체 시기가 다가와 이번에는 수입차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남과 다른 차별화 전략이면 업계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여겼다. 아내에게 수입차를 태워주겠다고 한 약속도 지킬 겸 해서 정보 수집에 들어가 4개월을 고심한 끝에 ‘BMW 320d’ 모델을 골랐다. 2015년 1월 20일 차량을 출고해 운행 중이다. 택시용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미터기와 영업용 번호판, 차 지붕에 등(燈)이 달린 것 정도만 다를 뿐 일반 BMW 자가용과 같은 사양이다.”

- 수지를 맞추기 어렵지는 않나.
“사실 차량 가격은 할인받아도 그랜저 등 국산 준대형차보다 1000만 원가량 비싸다. 하지만 연료비를 따지면 절감되는 부분이 많다. 택시는 보통 LPG(액화석유가스)를 쓰는데, 이 차는 디젤(경유)이라 연비가 더 좋다. 지난해 9월부터는 경유차도 유류 보조금이 지원돼 한결 부담이 덜하다. 현재 14만km쯤 달렸다. 고교 졸업 후 한동안 자동차정비 일을 해서 웬만한 건 자가 정비로 할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차를 유지·관리하는 데 큰돈이 들어가지 않다 보니 국산차로 택시 영업할 때와 비교해도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 손님들 반응이 궁금한데.
“차를 처음 탄 손님은 택시가 수입차라는 것에 신기해하거나 기본요금이 더 비싼 것 아니냐고 묻는 경우도 종종 있다. 수입차라도 다른 택시와 요금은 같다. 오후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영업하다 보면 평균 30~40명의 손님이 타고 내리는 데 반응이 좋다. 제 명함을 받아가거나 개인적으로 전화(콜)하는 손님이나 장거리를 이용하려고 예약하는 손님도 있다. 무엇보다 손님들이 내리면서 ‘좋은 차 잘 탔다’는 얘기를 건넬 때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다.”

- 수입차 택시를 계속 이어갈 생각인가.
“다음번에 차를 바꿀 시기가 되면 그때도 수입차로 바꿀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지금 타는 차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손님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택시를 운전하기 전에는 시내버스 회사(삼화여객)에서 5년간 일했고, 화물차도 2년 정도 몰아봤다. 운전대를 잡은 지 오래됐는데, 지금의 차로 바꾼 뒤로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었다. 언제까지 개인택시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큰 욕심 내지 않고 안전 운전하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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