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가 지났다. 이 때쯤이면 매미울음소리가 요란하다.

불볕더위 속/ 어디에선가// 함성처럼 들려오는/ 매미 소리// 저 것은 생명의 찬가인가/ 피울음의 통곡인가// 겨우 한 달 남짓한/ 짧은 생애일 뿐인데도// 나 이렇게 찬란하게/ 지금 살아있다고// 온 몸으로 토하는/ 뜨거운 소리에//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 나는 참 부끄럽다
(정연복의 詩 매미).

대략 5억 5000만 년 전에 지구상에 등장한 매미는 현재 전 세계에 3000여종이 존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털매미, 늦털매미, 참깽깽매미, 깽깽매미, 말매미, 유지매미, 참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풀매미 등 14종이 살고 있다.

매미는 5월 중순～10월 중순에 나타나는데 흔히 알려진 참매미나 말매미, 유지매미, 쓰름매미는 6～9월 중순에 주로 볼 수 있다. 매미는 번데기 단계 없이 알, 애벌레 2단계만 거쳐 성충이 된다. 암컷이 땅이나 나무속에 낳은 200～600개의 알이 수십 일에서 수개월 후 부화를 한 뒤 애벌레 상태로 3～17년을 지낸다.

애벌레 기간에 4차례가량 껍질을 벗는 탈피과정을 거치는 데 매미가 되기 위한 마지막 탈피는 저녁시간대에 이뤄진다. 천적인 새들이 잠자기 시작하는 저녁에 나무위로 기어 올라가 탈피를 하고 성충인 매미가 된다. 성충이 되어서는 약 4주 정도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짧은 생에 매미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하기 위한 생식을 마쳐야 한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생존을 위한 본능으로 수컷이 암컷에게 짝짓기를 청하는 구애(求愛)의 표현이다. 암컷은 발음기관이 없는 벙어리매미다. 매미는 종에 따라 제각각의 소리를 내면서 다른 종과의 짝짓기를 막는다. 매미는 몸통 중간에 있는 진동막, 발음근, 공기주머니를 이용해 소리를 낸다. 발음근이 진동막을 빠르게 진동시켜 만든 소리를 공기주머니가 증폭시킨다. 이 때문에 몸이 큰 매미일수록 울음소리도 크다. 변온 동물인 매미는 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체온이 특정온도 이상으로 올라가야 활동을 한다.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 매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이 아니라 매미체온이 오르기 때문이다. 신선한 여름이나 밤 기온이 내려가는 9～10월부터 매미소리가 잠잠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매미는 빛이 없는 밤에는 울지 않는데 도심지역에서 유독 밤에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것은 야간조명 때문이다. 낮에는 각종소음 때문에 들리지 않다가 새벽과 밤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기 때문에 유독 크게 들리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가 밤낮으로 듣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다. 짝짓기를 하든지 하지 못하든 매미는 애벌레 상태로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이란 인고(忍苦)의 세월을 버티면서 성충으로 세상에 나와 4주 정도면 생(生)을 마감한다.
만약에 인간이 성인(成人)으로 태어나 한 달만 있다가 죽을 수밖에 없는 매미 같은 운명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될까? 매미의 울음소리를 매일 들으면서 내가 느꼈던 생각들을 간단히 피력해보고자 한다.

대자연 속에서는 다 같은 생명체이지만 우리 인간은 탁월한 지능과 자연을 이용하고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는 기술을 가졌다. 소중한 자연보존과 인류공동체를 위해 발휘되어야 할 능력들이 온갖 부질없는 곳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황금만능주의와 이념차이에서 오는 다양한 분쟁과 갈등이며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 타 민족, 타인과 비교하는 우월주의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요즈음 인간의 수명이 100세 시대라고는 하나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게 사람의 운명이다. 당장 내일 인생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새롭게,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자기 발전과 행복을 위해, 그리고 좋은 이웃과 사회전체를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살다보면 남을 험담하고 싸우고 쓸데없이 과다한 욕심에 단 한번 뿐인 소중한 삶을 낭비하는 그런 잘못은 없을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행복론」에서 행복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원하고 또 그것에 감사하는 일이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과 다른 생명체를 가진 존재를 도와주라.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그들을 해치지 말라"고도 했다.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가진 선(善)한 성격을 키워야 한다.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 그리고 자비심 같은 것 말이다. 법정(法頂)스님은 무소유(無所有)에서 "집착이 곧 괴로움"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무언가에 얽매인다는 뜻이라 했다. 그래서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고 한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산(山)에 간다. 매미울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린다. 우는 매미 모두 짝짓기를 무사히 잘 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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