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의자들

천문학적 액수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대우조선해양 임 모(47) 전 차장이 구속됐다. 경찰이 밝힌 피해 액수만 178억여 원이다. 거제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임 씨를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공모·은닉 혐의 2명도 구속·입건

거제경찰서 경제팀에 따르면 임 씨와 함께 문구 납품업자 백 모(34) 씨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임 씨와 백 씨는 지난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만 4년 가까이 선주사 및 파견기술자에게 물품을 공급한 것처럼 허위 거래명세표를 만들어 납품대금 명목으로 무려 169억 13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씨는 이 외에도 지난 2008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파견 기술자들의 숙소를 제공한 것처럼 친인척 명의로 허위 임대차계약을 맺은 뒤, 임대료 명목으로 9억 43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모두 178억 5600만 원을 가로챘다는 게 수사결과로 드러났다.

빼돌린 회삿돈은 명품시계와 외제차를 사거나 개인사업을 벌이는데 쓴걸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이 회수한 금액은 현금 등 15억 1000만 원에 불과하다. 두 사람 외에도 김 모(36·여) 씨는 임 씨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범인은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에야 임 씨 비리를 파악해 지난 1월 29일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고소했고 2월 2일부터 거제경찰서가 수사에 나서 감사자료와 거래명세서 및 임대료 입금·차명 계좌 등을 조사해왔다.

임 씨와 백 씨는 지난 8일 검거, 지난 10일과 13일 구속영장이 각각 발부됐다.

건물 2채 사고… 외제차 6대 굴리고… 주식 투자까지…

거제경찰서 수사과, 15일 오전 긴급 브리핑 “모랄 헤저드”

▲ 최치훈 수사과장

거제경찰서 수사과(과장 최치훈 경정)는 15일 오전 10시 30분 긴급브리핑을 열고, 사건의 전모를 공개했다.

최치훈 수사과장에 따르면 임 씨는 대우조선해양 시추선 프로젝트의 원가관리, 선주사 및 파견기술자의 부대비품 구매 등 정산업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문구 등 납품업체 대표 백 모씨의 협조하에 물품 공급이 되는 것처럼 2734회에 걸쳐 거래명세표를 조작해 거액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임 씨의 간 큰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친인척과 친구를 건물 소유자로 내세워 아파트 3채와 원룸 2채로 허위임대차계약을 맺어 차명계좌로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이렇게 빼돌려진 회삿돈은 임 씨의 사치스런 생활에 쓰였다. 사우나 건물 등 부동산 2채 구입(57억 상당), 주식투자(10억 상당), 고급외제차 6대 리스(5억7000만 원 상당) 등에 쓰인걸로 경찰은 보고 있다.

임 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 통신수사 등으로 은신처에서 검거됐고 체포 현장에서 현금 5억1000만 원, 명품시계, 팔찌, 반지 등 귀금속 상당수를 포함해 15억 1000만 원 상당이 압수됐다.

백 씨는 허위거래명세서를 토대로 34~58억 규모의 재산상 이득을 본걸로 현재 추정됐다. 백 씨는 이날 취재 현장에서 “임 씨의 횡령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공모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저희 업체는 정상적인 거래를 해왔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정확한 피의사실은 보강수사로 결론날 전망이다.

최치훈 수사과장은 “임 씨가 그동안 취득한 거액의 범죄수익금 사용처와 압수물 분석을 거쳐 묵인 또는 관련 공모자 여부를 수사중”이라고 밝혀 수사 확대가 예상된다.

▲ 압수된 귀금속 등 증거물품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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