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뉴스거리이던 황혼이혼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통계에 의하면 최근 이혼하는 10쌍 중 3쌍이 혼인생활 20년 이상인 황혼이혼이며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는 모양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가장이 모든 권한을 지녔던 전통적 가부장제가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경제활동 참여로 점차 변모되었고, 자녀들의 양육과 혼인문제로 웬만하면 참고 사는 것이 미덕이었던 가치관에도 변화가 왔다.

특히 가장의 직장 은퇴는 곧 경제력 상실과 함께 무능한 남편과 아버지로 전락하고, 집안에서 간섭과 잔소리를 해대는 불편한 존재로 인식된다. 처자식을 위해 평생을 바친데 대한 대접이 겨우 이런 거냐고 항변한들, 아내 역시 평생토록 가정에 헌신하였다고 대꾸하면 할 말이 없다. 더구나 자녀들이 결혼하여 자리를 잡고 나면 더 이상 주위의 눈치며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

은퇴한 남편과는 달리 아내들은 사회활동이 활발해 진다. 학교동창회, 계모임, 쇼핑센터, 문화센터나 복지관 또는 읍면동에서 주최하는 컴퓨터교실, 문학교실, 수채화나 유화그리기, 요가, 에어로빅, 댄스동아리, 노래동아리, 기타배우기 등등 한이 없다. 아니 너무너무 바쁘다. 그런데 놀다가 집에 들어가면 밥투정에 심통을 부리는 남편이 얼마나 귀찮겠는가. 이제는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예전에는 70세 정도를 기준으로 부부가 사별을 했기에 그럭저럭 버티고 살았지만, 요즘 장수사회로 접어들면서 더 문제다. 경제력 없고 성가신 남편과 30~40년을 더 사느니 차라리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따로 사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낸다. 세상살이가 회자정리라고는 하지만 어쩐지 서글퍼진다.
그러다 보니 남편들이 황혼이혼을 당하지 않은 방법이 몇 가지 회자되고 있다.

1. 함께 있는 시간을 줄여라. 그래야 의견 충돌로 다툴 일이 적어진다.
2. 서로가 하는 일에 간섭 하지마라. 세상을 살아온 경험이 있다.
3. 여자가 돈 쓰는데 간섭마라. 돈 쓰는데 간섭받으면 제일 열 받는다.
4. 같은 취미를 가지지 마라. 서로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좋다.
5. 식사는 각자 알아서 챙겨 먹어라. 삼식 세끼는 욕이다.
6. 집안일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알아서 하라.
7. TV 채널은 여자에게 우선권을 주라. 아니면 한대 더 사라.
8. 모임을 부부 함께 하지마라. 서로 비교하고 나쁜 일만 생긴다.
9. 재산을 자식들에게 절대 넘겨 주지마라. 자식들과 같이 늙어가는 장수시대이다. 나중에 자식들에게 용돈이며 병원비를 타 쓰는 비참한 상황을 맞게 된다.
등등이 그것이다. 단순히 우스개로 치부할 일은 아닌 듯싶다.

그러므로 은퇴 후에는 부부의 관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아내들은 남편이 정년을 맞으면 가사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아내들에게 은퇴 전과 같이 가족과 남편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다.

오히려 남편이 가사분담을 통해 간단한 음식준비, 세탁기사용, 집안청소, 쇼핑 등을 남편이 스스로 하는 것도 좋다. 아내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활력에도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의 자유 시간을 존중하되 함께하는 시간도 되도록 많이 가져야 한다. 등산, 산책, 탁구 같은 운동이나, 취미생활, 영화보기, 여행, 식도락 등이 그것이다.

부부는 경쟁자도 아니며 상하관계도 아닌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단점을 보완해주는 동지적 관계이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친구이자, 연인이며, 동료이기 때문이다.

요즘 TV를 틀면 먹방이 대세다. 그것도 대부분 남자가 요리를 하는데 처음과는 달리 볼수록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얼마 전 거제시에서도 남자들을 대상으로 요리교실 수강생을 모집했는데 개강하자마자 인원이 찼다고 한다. 싱글족이며 홀아비가 늘어날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아 긴장감이 든다.
다음번 요리교실에는 수강신청이라도 해야 할 듯싶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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