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별신굿, 거제면 죽림마을서 선보여
세계문화유산 등재 목표로 꾸준한 활동 이어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남해안 별신굿’은 옛날 옛적 거제와 통영에서 일상이었던 문화였다. 1년 또는 2년 주기로 어민들의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제(洞祭·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기원하는 제의)로서, 바다와 접한 거제지역 다수 마을에서 치러졌으나 세월과 함께 그 모습이 자취를 감췄고 거제면 죽림마을과 동부면 수산마을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 남해안 별신굿 보존회 정영만(61·인간문화재) 회장이 있다.

“남해안 별신굿은 1987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저는 1996년 인간문화재로 지정됐어요. 저희는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무당’인 강신무(降神巫·내림굿을 받고 신이 실려 공수를 하는 무당)는 아니고 무속과 관련한 기예를 배운 세습무(世襲巫)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설날 연휴 이틀 동안 죽림마을에서 들맞이 당산굿을 시작으로 골맥이굿, 부정굿, 용왕굿, 띠뱃놀이 등 12개의 굿마당을 원형 그대로 선보여 눈길을 모았던 정영만 회장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굿판을 체험했다. 대대로 이어진 세습무의 피를 이어 받은 그는 별신굿의 기예와 무악기(巫樂器) 제작법까지 모조리 전수 받을 수 있었고 ‘인간문화재’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곡절도 적잖은 듯 했다. 전통 문화가 하나 둘 잊혀지는 시대의 조류에 밀려 세습무의 생활을 이어가기 힘들었을 터다. 선원도 되어봤고 택시기사로도 일해봤지만, 유전자에 새겨진 굿판의 기예를 떨쳐낼 순 없었다.

“다른 길을 가려했으나 그럴 수 없었지요. 숙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본적은 통영 산양읍이지만 거제와는 인연이 깊어요. 부친의 고향이 장승포 두모였고 선산도 거제에 있지요. 별신굿을 볼 수 있는 마을이 많았으나 지금은 수산·죽림마을에서 열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별신굿은 세계에 내놔도 손색 없는 ‘국악의 정수’다. 적게 잡아도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기예는 쉽게 익힐수도, 전승하기도 힘든 분야이다 보니 별신굿의 원형을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은 희귀할 뿐더러 상당한 기량임이 틀림 없다. 그의 자녀들도 세습무를 이어 받아 별신굿 보존에 동참하고 있다. 동참하고 있는 다른 예술가들도 아마추어를 넘어선 프로 수준이라고 한다. 보존회 인원은 30여명 선.

남해안별신굿보존회는 정부로부터 다소 지원을 받고 있고, 수산마을과 죽림마을 별신굿 행사에도 거제시가 재정적 지원을 했다. 보존과 전승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유지되고 강화됐으면 하는 게 정 회장의 바람이기도 하다. 전통문화의 특성상 문화예술의 각 분야가 제대로 전승되고 고증되지 않을 경우 ‘사이비 문화’로 변질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런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일침이었다.

“거제에 대한 애착이 큽니다. 거제를 위한 일념으로 제가 달려가야 할 곳이라면 언제든 가겠습니다. 남해안 별신굿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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