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거북선
지난 3·1절 통영시 강구안(통영중앙시장 앞)을 찾았다. 휴일을 맞아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순신 공원을 다녀온 뒤였다.

공원에서 통영 바다를 만끽하는 산책을 즐긴 뒤, 통영 관광의 중심지로써 거북선과 판옥선 전시해 볼거리를 더한 강구안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여기에다 삼도수군통제영과 충렬사 등을 더하면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관광코스가 완성된다.

강구안에 도착했을 땐 오후 3시를 갓 넘었다. 거북선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표를 사면서 매표소 직원에게 이날 입장객이 얼마나 되는지 넌지시 물었다. 500명을 넘어섰다고 했다. 휴일뿐만 아니라 평일도 비슷한 수준이란다.

통영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거북선 관람으로 2억5451만9000원을 벌어들였다. 다녀간 사람은 18만7169명으로, 이는 같은 기간 거제 지세포에 있는 ‘조선해양문화관’ 관광객 수(18만9069명)와 맞먹는다. 2014년 통영 거북선 관람객은 20만6809명(관광수입 2억7925만5000원)으로 문화관(19만7446명)을 웃돌았다.

다만 통영 거북선은 해상 전시로 인해 유지·보수·비용이 수익에 못지않아 사실상 이윤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올해 거북선 관련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2억4200만 원이 편성됐다고 했다.

반면 현장에서 느낀 관광효과는 금전적 이익을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유료 관람에도 사람 발길이 끊이지 않았으며, 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거북선과 강구안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위해 삼삼오오 북새통을 이뤘다. 3·1절을 맞아 강구안을 수놓은 태극기가 이와 어울려 애국심을 더욱 고취시켰다.

한 관광객은 “통영하면 이순신, 이순신하면 거북선”이라고 지역 이미지를 표현했다. 그러나 이웃 도시 거제시에 있는 거북선 2대의 존재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통영 강구안에 정박한 거북선 3척과 판옥선 1척을 배경으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군선 내부에는 승선 체험·전시 시설이 갖춰져 있다.

거제 거북선
통영의 거북선 전시는 2005년 시작됐다. 당시 서울 한강에 떠있던 거북선 1척을 들여왔고, 이후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복원한 판옥선 1척을 2011년 강구안에 전시했다. 통영시는 이듬해 거북선 2척을 더해 2013년 7월부터 유료관람을 운영했다.

거제 거북선의 연대도 이와 얼추 비슷하다. 이순신 프로젝트에서 판옥선과 함께 거북선 1척을 복원해 거제 지세포항으로 가져왔다.

이듬해 거제시는 7억4500만 원(국비 3억2400만원·도비 9700만 원·시비 3억2400만 원)을 들여 거북선 1척을 더 주문해 2013년 2월 옥포항 해상에 들였다.

옥포 거북선은 대형 조선소와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옥포대첩 기념관이 이어져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옥포승첩을 테마로 한 새로운 관광코스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이처럼 두 거북선은 역사·문화·관광 자원을 목적으로 추진됐으나, 사실상 아무런 기능을 못하고 있다.

선체를 바다에 띄우려니 지세포 거북선은 입항 당시부터 선체에 물이 세 뭍으로 끌어올려 졌고, 옥포 거북선은 한 쪽으로 기울어 관람은커녕 옥포항에 방치되다시피 하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오션플라자 빌딩 앞 소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와 관련해 거제시는 주민 접근이 편리한 공원으로 자리를 옮김으로써 체험·전시 활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옮긴 이유에 대해서는 “옥포항 일부 공유수면의 매립 공사로 인해 거북선을 정박할 공간이 없어 매립 동안 조라 내항으로 이동시켰는데, 거기에서도 어선 정박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마찰을 빚어 배 둘 곳을 찾지 못했다”며 “이 문제로 2014년께부터 거제시와 위탁관리자인 옥포동마을협의회가 논의한 결과 해상 전시에 따른 유지·보수 부담을 덜면서 주민 접근이 용이한 공원으로 옮기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옥포 거북선은 지난달 16일 인양해 오션플라자 앞 공원으로 옮겼고, 현재 주변 공사가 진행 중이다. 3월이면 공사가 마무리되고, 앞으로 역사공부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지세포 조선해양문화관에 육상 전시된 '1592 거북선'. 경남도가 추진한 '이순신 프로젝트'를 통해 건조됐으나, 누수 문제로 육상에 올려졌다. 함께 건조한 통영 판옥선도 누수 문제가 있었으나 현재 강구안 항구에 전시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옥포항 해상에서 대우조선해양 오션플라자 앞 소공원으로 자리를 옮긴 옥포 거북선

거북선 관람 올해는 가능할까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리 실태를 미루어 거제시의 포부가 얼마나 갈지 두고 볼 일이다.

옥포 거북선은 2013년 2월 입항 후 같은 해 9월 민간 위탁운영자가 선정될 때까지 거북선이 접안하고 있는 부잔교 입구를 폐쇄해 접근을 차단했다.

수개월 동안 쇠사슬로 굳게 잠긴 철장문과 녹슨 부잔교가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다, 인근은 식당과 술집으로 가득한 번화가여서 역사 시설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꽤 있었다.

2016년 9월까지 3년간의 위탁운영자가 선정되고 나서는 제대로 된 관람이 이뤄지나 싶더니 옥포항 매립과 거북선 이동 후 부잔교 미설치 등을 이유로 개방이 미뤄졌다. 그런데도 위탁운영비는 2013년 600여만 원, 2014~2015년에는 각각 2300여만 원이 소비됐다.

거제시 관계자는 이 보조금이 인건비와 태풍 때 피항, 복구 등에 쓰인다고 했다. 상시 배치되는 인력은 1명인데 관람 요청이 있으면 시설을 개방하고, 평소에는 누수, 훼손 등을 점검한다.

그러나 이 관계자에 따르면 거북선 입항 후 정식 관람은 한 건도 없었으며, 근무나 누수, 복구 등에 발생한 비용은 알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위탁운영자 대표는 “지금까지 인건비와 피항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고, 이는 담당과에서 운영비 사용 내역을 정산해 후불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시에 관련 기록이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처럼 거북선 복원의 원래 목적이었던 역사·문화·관광 자원 활용에 예산이 전혀 쓰이지 못한 점은 예산 낭비와 행정의 미숙함으로 지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 관계자는 최근 부서를 옮겨 아직 업무 파악이 덜 됐다고 했으나, 담당자 교체로 인한 업무 효율 저하는 행정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지 오래다.

▲2013년 8월 모습. 철창문을 굳게 걸어잠가 일반인 접근을 차단했으며, 거북선도 균형이 맞지 않아 한쪽으로 기울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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