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결국 탈당을 결행했다.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안 전 대표는 당 혁신을 둘러싸고 문재인 대표와 대립한 끝에 탈당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15일을 이틀 앞두고 꺼내 든 탈당 카드는, 야권은 물론 대한민국 정치권 전체를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늘 새정치연합을 떠난다”며 “제1야당 새정치연합을 혁신하고 또 혁신해서 지지자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정당, 국민이 믿고 정권을 맡길 수 있는 정당으로 바꾸라는 당원과 국민의 염원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 저의 부족함과 책임을 통감한다”며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제 혈혈단신 나선다”고 밝혔다.

다시 1년 9개월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하지만 분위기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안 의원은 신당 창당을 추진했던 예전 그 자리로 돌아왔으나, 그를 지지하던 국민들은 여전히 그가 미덥지 않은 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탈당은 안 전 대표에게 있어 마지막 기회이자 최대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안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의 ‘기대주’로 급부상할 수도 있고, ‘호남 수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안 전 대표에게는 그동안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해 민주당과 통합하기 이전의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창당도 하지 않았는데 당시 제1야당인 민주당보다 높게 나타났었다. 실제 한국갤럽의 작년 2월 정기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15%였고,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18%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상황이 역전됐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응답률 25.4%,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1773;.5%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내일 총선 투표를 한다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새누리당 30.2%, 새정치연합 23%, ‘안철수 신당’ 18.6%로 나타났다.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안철수 신당’이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야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호남의 경우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30.4%로 새정치연합 27%보다 높기는 했으나 그 격차는 극히 미미하다.

불과 1년 9개월 만에 안철수의 존재감이 이렇게까지 추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잇따른 ‘철수(撤收, 물러선다는 의미) 정치’에 신물 난 중도층이 “새 정치의 이미지가 퇴색됐다”며 등을 돌렸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그는 대통령 선거와 독자 신당 추진 등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마다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여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사례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아직도 안철수 신당 창당에 대한 정당 지지율이 제1야당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대체 거듭된 안철수 의원의 실망스러운 행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지를 거두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의 정치력 부재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반증한다. 실제 ‘새정치연합의 분열에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문재인 대표 43.5%, 친노·주류 의원들 15.1%, 안철수 의원 11.7%, 비노·비주류 의원 9.8% 순으로 응답했다.

즉 문 대표와 친노 측의 책임이라는 응답자가 10명 중 6명이나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각종 선거에서 패배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문 대표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한 민심이 안 의원을 지원하게 만들었을 것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지지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내년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의 절반이 넘는 55.7%가 “지지하지 않겠다”고 답한 반면 “지지한다”는 응답은 36.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문 대표의 행태에 대해선 분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철수 신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안 의원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는 바로 안철수 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다. ‘안철수’의 키워드는 도덕성이고, 사회에 대한 헌신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다. 이것이 그가 내세운 새 정치와 정책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그에게 많은 사람들은 기대를 하고 있기에 그러하다. 그의 새 정치는 과연 무엇이고 그의 진짜 정치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에 해답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의 성공을 가늠하는 풍향계가 바로 그를 지지하고 열망해온 젊은이들과 지지자들에게 이번에는 진정으로 그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우리에게 제시하는가가 앞으로의 신당의 지지율과 성공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안철수 의원의 정치스타일이나 정치적 스탠스는 누가 뭐래도 ‘중도’를 표방할 때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던 것도 그가 신뢰를 상실한 양당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제3 지대의 정당’을 창당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자꾸 야당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데 그래선 안 된다. 그런 전략은 필패 전략이다. 물론 선명성 경쟁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30%를 넘는 이유를 분명히 짚어내어 지지자로 만들 때 새로운 정당의 출현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탈당이 야권분열이나 개인 권력투쟁의 산물이 아닌 국민을 위한 깨끗하고 도덕적인 새로운 희망의 정치, 암울한 이 시대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는 ‘안철수 정치’의 가능성을 제시할 때 제3 지대 정당으로서의 안착과 성공이 가능할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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