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이 윤경호 감독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경북구미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 대통령배 전국 씨름왕 선발대회’에서 거제 출신 윤경호(42) 감독이 이끄는 경남선수단이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씨름 잘하는 선수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경남씨름연합회 윤경호 감독. 지도자로서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고향 거제에서 향후 씨름계의 판도를 뒤집는 대형선수를 길러내고 싶다는 솔직한 바람을 피력했다.

▲ 장사 시절 윤경호 감독

지도자라면 그런 욕심은 누구나 한번쯤은 꿈꿀 터.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남씨름연합회 씨름부 감독으로 제2의 씨름 인생을 걷기 시작한지도 4년째. 현대와 신창에서 활약하며 90년대 후반 세 차례나 백두장사를 비롯해 지역장사, 호주 천하장사를 거머쥔 모래판의 독사 눈. 윤경호 감독을 만나 그의 씨름인생을 들었다. 현역시절 윤 감독은 잡치기에 능했다. 잡치기는 들어 잡치기와 애목 잡치기, 칼 잡치기 등 3가지 기술로 나뉘는 씨름기술의 꽃. 이 기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장사 출신은 다수 있다. 그중 털보 이승삼 장사가 들어 잡치기에 능했다면 윤 장사는 칼 잡치기에 일가견이 있었다.

백두급은 105.1Kg 이상의 거구 장사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무대. 조금만 방심해도 여차하면 고꾸라지는 게 바로 백두급이다. 그런 험난한 무대에서 난다 긴다하는 출중한 장사들을 제치고 백두장사(제34대)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었다. 자기만의 기술로 승부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칼 잡치기 기술이 들어갈 때는 오른 다리를 뒤로 빼면서 샅바를 상대방이 놓지 못하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역으로 되치기를 당할 공산이 크거든요.”

이 기술의 핵심은 정확한 타이밍이다. 그런 연유로 아직까지 이 기술을 제대로 소화해 내는 선수가 드물다. 그는 이 기술을 은사인 털보 이승삼 감독으로부터 전수받았다.

“선배들과 연습하던 도중 제대로 기술이 들어간 적이 있어요. 그때 아! 이거 제대로 익히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그때부터 죽어라고 연습을 했었죠.”

그의 씨름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호주 천하장사에 올랐을 때이다.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그는 부모님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마산중학교 3학년 신인시절, 선배들의 괴롭힘으로 씨름을 그만두고 방황하던 때입니다. 3개월 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버님이 TV에 중계되는 천하장사씨름대회를 보시면서 울고 계셨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6남1녀 중 막내인 그가 거제초등학교4학년 무렵 갑자기 축구를 하고 싶다고 하자 부모님은 “공부를 해야 한다”며 반대가 심했다. 이로 인해 마산합포초등학교 축구부에 전학하고서도 적성에 맞지 않아 도망을 다니다 축구를 그만두고 마산교방초등학교 씨름부 감독을 따라 씨름에 입문했다. 그의 나이11세 때다. 하지만 그의 씨름열정을 알고 난 뒤에는 어려운 형편에도 몸에 좋다는 보약을 구해 달이는 등 뒷바라지에 열과 성을 다했다.

“모든 생활 패턴을 저에게 맞추신 분이세요. 그러니 제가 그걸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그는 경남대 2학년인 94년에 프로팀인 현대 코끼리씨름단에 전격입단하고 계약금으로 받은 돈으로 부모님께 농장을 사드렸다.

하지만 그의 씨름 인생은 얼마가지 못했다. 호주장사에 등극한 그해 겨울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며 무릎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씨름을 다시하면 안 된다”는 의사의 충고도 있었지만 부모님을 위해 다시 일어나야 했다. 그런 그를 다시 이끌어 준 이가 털보 이승삼 감독이다. 이후 1999년 5월 삼척장사씨름대회에서 백두장사에 등극했고 신창코뿔소씨름단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윤 감독은 그해 10월 영암장사씨름대회에서 첫 지역장사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렸다.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히는 부상 때문에 2002년 프로입단 7년 만에 아쉽게도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거제씨름의 홍보와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라도 가서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와 여성씨름단 창단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향 거제에서 한평생 봉사하고 싶습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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