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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한 마을 분위기, 벽화로 살립니다.”●거제면 서상마을 김정희 부녀회장

벽화로 마을에 생기 불어 넣는 프로젝트 기획
거제송죽라이온스·학생 등 자원봉사자 줄 이어

요즘 거제면 서상마을이 알록달록하다. 주말마다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와 마을 벽에 그림을 그려서다.

이들이 머물다간 벽에선 사물놀이가 흥겹게 벌어지고, 동네 코흘리개 꼬마들이 신나게 말타기를 즐긴다. 거리를 오가는 마을 주민은 몇 안 되는데, 골목마다 생기가 돈다.

서상마을은 현재 벽화 그리기가 한창이다. 지난해 12월 7일 시작해 내년 4월 완성을 목표로 골목을 새로 단장하고 있다. 그 현장 중심에 김정희 서상마을 부녀회장(이하 김 회장)이 있다. 침체한 마을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마을이장인 남편과 함께 나섰다가 지금은 자원봉사자 300여 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시작은 마을 토박이인 남편 박주영 씨가 마을 이장을 맡으면서다. 젊은 이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김 회장은 “서상마을은 한때 거제면에서 제일 크고 부자 동네였다. 지금은 문화재가 많아 높은 건물을 못 짓는 등 개발이 더디다. 젊은 사람들이 외지로 떠나자 마을이 많이 침체했다”고 마을 상황을 전했다. 또 오래된 건물이 많아 길도 새로 안 나고, 폐가도 늘어 사고로 이어지는 일도 적지 않았단다.

남편이 이장을 맡자 마을을 어떻게 살려볼까 고민하게 됐다. 면사무소에 의뢰했더니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 신청을 권유했다.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하고, 해당 지역의 시·군이 주도하는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의 사업유형 중 하나다.

김 회장은 몇 안 되는 주민들과 마을주민 역량 강화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이웃들은 굳이 나서서 일을 벌일 필요가 있느냐며 회의적인 편이었다. 그러다 5번째 교육은 산청으로 견학을 갔다. 그곳에서 주민들 마음이 조금씩 돌아서기 시작했다. 선진 사례를 접하고는 ‘우리 마을도 되겠구나’하는 가능성을 엿봤다. 그 뒤 이어진 교육에서는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태도가 변했다.

김 회장은 “주민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여러 가지 사업 안건이 나왔고, 그중 벽화 그리기 사업을 정했다. 꽃 하나를 그리더라도 사람 마음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터트려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서상마을 모든 골목에 벽화를 채우기로 했는데 그 분위기에 맞는 테마를 정하는 게 참 어려운 문제였다. 또 창조적 마을 만들기에 지원은 했으나, 벽화 그리기 사업은 순전히 마을 자체 사업이었기에 자금과 일손이 턱없이 부족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 선정은 이달 초에 발표 났다. 내년부터 1·2차에 나눠 총 4억8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는다. 그러나 이 돈은 ‘백향당’이라고 명명한 마을 문화센터 건립에 쓸 예정이다. 벽화 사업은 내년까지 마을 기금과 이웃들의 성금으로 마무리 지을 각오다.

이 같은 부담을 덜어 준 첫 번째 손길은 지난해 9월 서상마을과 자매결연한 ‘거제송죽라이온스클럽’이다. 이 단체는 흔쾌히 사업에 동참해 줬으며, 현재 회원 50여 명이 매주 번갈아가며 자원봉사를 벌이고 있다. 페인트 구매 비용을 보태기도 했다.

그다음은 학생들이다.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위해 ‘1365자원봉사포털’에 마을 사정을 알렸더니 거제를 비롯해 진해·의령·창원·진주 등 경남 각지에서 학생들이 찾아왔다. 학생들 말이 평소 못 하던 걸 하니까 무척 좋았더란다. 특히 큰 벽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미술 지망생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외에도 지역 교회나 학교 동아리, 학원 등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김 회장은 “우리는 마을 자체에서 기금을 모아 시작하다 보니까 전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어야 했는데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금까지 다녀간 사람이 300명이 넘고, 이 가운데 100명 정도는 다시 이곳을 찾는단다.

김 회장은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참 따듯한 동네다’, ‘살기 좋은 동네구나’ 느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그 길을 지날 때마다 그림 그린 사람들의 수고를 느끼셨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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