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환마을 도로변 주택 담벼락, 붓으로 수놓아

매화, 대금산 풍경, 하청면 캐릭터이기도 한 ‘죽남이(대나무)’와 ‘유순이(유자)’가 담벼락에 그려졌다. 하청면 사환마을 주택들이다. 요즘은 벽화 봉사단도 조직돼 있으니 그들이 자원해서 그려준 것일까. 아니었다.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김청삼(76) 옹이 봉사를 자처해 하나 둘 그린 것이다. 한 달이 넘도록 벽화 그리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 옹을 사환마을 회관에서 만났다.

“마을이 왠지 삭막해보이더라고.. 도로변으로 담벼락들이 있는데 거기다 그림을 좀 그려 넣으면 어떨까 하고 시작했습니다. 사환마을은 농촌마을이니까 생기가 감돌지 않을까 해서요.”

하청면 거제북로 국도변 담벼락에서 그의 붓놀림이 시작됐다. 붓놀림은 매화로, 보름달로, 물고기가 노니는 바닷속 풍경 등으로 화했다. 김 옹은 교육공무원 출신이다 신현중학교 서무과장으로 정년 퇴임해 현재는 유자와 밭농사를 하고 있다.

조용한 마을이기도 하지만, 왠지 칙칙하고 삭막해 보였단다. 자연을 그려넣으면 마을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는 마음에 시작한 일이다. 주민들도 하나 둘 보조했다. 그림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젊은 시절에는 미술 전공이 꿈이었다고 하니 실력을 짐작할만하다. 서예대회에서 수차례 입선하기도 했다. 보통은 넘는 그림 실력인 셈이다.

마을 주민들도 당연히 반색했다. 허름하고 낡은 벽을 예쁘게 만드는 격이니 허락을 해줬다. 서로 먼저 그려달라고 요청을 할 정도다.

“도로변에서 그림을 그리려니, 차들이 쌩쌩 오가는 터에 위험하기도 합니다만.. 조심조심하며 그려넣었지요.”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벽화그리기는 담벼락 10개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벽 구도에 맞게 작품을 그리기 위한 구상에도 골몰하고 있다. 한시가 적혀 있는 담벼락도 있다.

“운전하고 지나치던 사람들도 차를 세워놓고 구경을 하더라고요. 마을이 산뜻하게 다시 태어난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뿌듯합니다.”

이제는 마을 안쪽 담벼락에도 도전을 해볼 참이란다. 김 옹은 “보잘 것 없지만 마을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되레 즐겁다”면서 “함께 붓을 잡아주는 주민들도 있는 만큼 마을 안 골목까지 새단장을 할 수 있도록 소매를 걷어볼 생각”이라고 웃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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