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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상징적 건축물)의 저주(咀呪)유진오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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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마천루(摩天樓)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늘에 닿을듯한 집’을 동경해온 ‘마천루의 꿈’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입니다.
초고층 빌딩은 자본력과 첨단 건축 기술력을 과시하고 도시 이미지를 드높이는 문화적, 경제적 수단입니다.
20세기 초반에는 시카고, 뉴욕 등 미국 대도시에서 주로 지어지던 초고층 빌딩이 20세기 후반부터는 한국과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와 중동지역 신흥국가에서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서울 청계천의 삼일빌딩(1971년), 여의도의 육삼빌딩(1985년)이 31층과 63층의 높이를 자랑하기 위해 빌딩 이름조차 ‘삼일’과 ‘육삼’으로 붙인 고층 빌딩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인천 등지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2000년대부터는 주거용 건물도 서울 강남의 타워펠리스(65~69층)를 비롯해 초고층으로 짓는 추세이며 최근에는 잠실의 제2롯데월드(1백23층?555m)등 높이 5백m가 넘는 건물들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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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축물은 여유자금을 금융권에 뒀을 때 생기는 이익보다 부동산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이 클 경우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기업과 해외자본들이 국내 초고층빌딩 프로젝트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고층 빌딩은 도시계획가나 시장(市長)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에게는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소비층과 관광객을 끌어들일 동인(動因)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경제가 발달할수록 도시화되고 도심(都心)에 인구가 몰리면,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위해 ‘수직 공간’을 활용하는 초고층 빌딩의 건축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입니다.
초고층 빌딩은 지역의 랜드마크(상징적 건축물)이자 일종의 ‘시대 흐름’이 되고 있습니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토지구조학?건설환경종합연구소)는 “일부의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초고층 빌딩은 주변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부가가치 창출을 추진하는 만큼 투자효율이 커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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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 붐은 거제에도 상륙했습니다.
지난해 장평동 해변에 지하 5층 지상 49층의 주상복합건물 2동이 시공된데 이어, 오는 7월 장승포동 옛 시청부지에 지상 44층과 47층의 주상복합건물 2동이 착공 됩니다. 건축물의 높이가 100m를 넘으면 초고층 빌딩으로 분류되는데, 장평 건물은 1백52.5m이고, 장승포 건축물은 1백47.6m로 알려졌습니다.
25만 거제시민 가운데 절반이 넘는 시민이 210개 아파트단지(868동)에 살고 있지만 거의가 15~18층(50.4m)의 아파트입니다. 도지사의 사전 건축승인을 얻어야 하는 21~25층(70m) 이상의 아파트는 불과 5개 단지 33동 뿐입니다.
초고층 건축물은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주변 건물 입주자들로부터의 ‘일조권 침해’ 민원에서부터, 유동인구가 많아져 주변 교통량 증가에 따른 교통체증과 주차난 가중, 건물을 높이 짓자면 기초공사가 안전의 요건이어서 땅을 깊게 파는 과정에 야기되는 ‘지반 약화’로 인한 싱크홀 발생 등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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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높은 건물을 보면 ‘혹시 무너지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한다지만 고층건물에서 위험한 것은 무너지는 것보다 흔들리는 것입니다.
건물이 받는 힘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는 수직력(垂直力)과 바람이나 지진 등으로 측면에서 받는 횡압력이 있는데, 건물이 높아질수록 횡압력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지나치게 길고 곧은 것은 부러지기가 쉽습니다. 부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버드나무처럼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려야 하듯, 초고층 건물은 강풍이 불면 바람을 타고 미세하게 흔들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초고층 건물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위험한 상황은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불이 나면 사람은 이성적 사고나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잃게 돼, 생각지도 못한 돌출행동을 하거나 평상시의 익숙한 행동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거의 평소 습관대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대피를 시도하는데,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등 건물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공간은 화재 시엔 굴뚝의 역할을 하게 돼 있어, 유독가스에 가장 취약한 구조물로 바뀝니다. 또한 불이 나면 우선 정전이 뒤따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허공에 멈추어 서고,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은 허공에 고립된 채 유독가스에 질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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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물은 화재 시에도 작동하는 자체 발전기를 가동해 엘리베이터가 어떤 경우에도 멈추지 않도록 해야 하고 계단과 엘리베이터에는 가압(加壓)을 높여 연기 유입을 차단할 수 있게 가압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또한 초고층 건물에는 불에 타지 않는 ‘내화용 콘크리트’의 사용과 함께 건축 자재의 ‘방화 피복(被覆?거죽을 덮어 쌈)’이 중요한 시공 요건입니다.
건축법에는 초고층 건물 시공회사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습니다. 다만 그 회사가 고용한 기술사가 자격 요건을 갖추면 시공이 가능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짓는 시간이 오래 걸려 경기 변동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장평 49층 건물은 사업기간이 42개월, 장승포 건물은 36개월(예정) 이지만 준공까지 10개월쯤 지연은 흔한 일입니다. 호황기에 착공했으나 분양 시점에 경기가 식어버리면 시행사는 애물단지를 만나는 것입니다. 업계에선 “랜드마크의 저주(咀呪) 인가”라고 자탄(自嘆)하기도 합니다.
‘랜드마크의 저주’를 피하려면 사회적 신뢰와 평가가 단단한 시공회사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가름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이제 거제에서도 엄연한 현실로 닥아왔습니다.
건물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도 함께 길어집니다. 그림자의 길이를 줄일 수 없다면, 짙은 그림자를 보다 옅게 만드는 슬기가 절실해졌습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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