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조성예정지인 사곡만 전경

시는 건설투자자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협상마감 시한인 지난 11일까지 사업협약서를 제출하지 못함에 따라 대상자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현산 컨소시엄'은 지분 50%을 소유한 현대산업개발을 주관사로, 대우건설(30%), 현대엔지니어링(10%), 중앙종합건설(10%)을 참여사로 건설투자자에 응모, 지난 2월 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시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협약 초반부터 책임준공보증, 책임분양, 공사비ㆍ공사기간 산정, 설계변경 등의 주요쟁점에 대해 실수요자조합 및 금융권과 건설투자자 우선협상대상자 간의 의견이 맞서 지난 3개월 협상기한 내내 협약안 도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협상타결을 위해 지속적인 중재노력을 거듭해, 4월 9일 열린 5차 회의에서는 협약당사자간의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를 도출, 이를 토대로 4월 30일 7차 협상단 회의에서 협약당사자 전원의 동의로 사업협약서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사업협약체결을 하루 앞두고 컨소시엄 일부 참여사가 최종협약서에 대한 일부 조항의 수정을 갑작스럽게 요구, 사실상의 불참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사업협약 체결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협상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번 달에 민간건설투자자 협약 체결 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산업단지 계획 승인을 신청하려던 거제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협상결렬로 지난 3개월간 '지속적인 중재 노력'과 '협상경험'을 얻었다는 거제시의 한가로운 변명과 달리, 그다지 여유롭지 않은 사업추진 일정상 아무런 성과없이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협상과정의 제한적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중재에 나선 도 해양수산국장 출신인 부시장과 국가산단 추진단이 사업 성사에만 집착, 지나치게 '현산'측의 페이스에 끌려 다닌다는 잇단 지적과 비판에도 할말이 없게 됐다.

그럼에도 시는 실수요자조합 및 금융권 등과 협의를 통해 특수목적법인설립을 계속 추진해 나갈 계획을 애써 밝히고 있으나, 최근의 조선경기 불황 여파와 함께 재공모 과정의 걸림돌이 한 둘이 아니어서 순탄하게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협상과정에서는 컨소시엄 주관사인 '현산'측의 역량 부족과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나아가 공동보조를 취해야 할 참여사들과의 소통에도 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현산 컨소시엄'은 지난 2월부터 진행된 협상에서 실수요자조합 및 금융권측과 책임준공보증 등을 놓고 입장이 엇갈려 두차례나 협상 기한을 연장했다.

지난달 30일 거제시의 중재로 실수요자조합 및 금융권 등과 그동안 쟁점이 돼 왔던 책임준공보증 등의 이견을 일정부분 조율하면서 최종 협상안이 겨우 마련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정작, 컨소시엄 참여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대우건설은 최종 협상안의 내용 조차 모르는 등, 주관사인 현산측과 참여사 간에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게 협상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실수요자조합측 한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최종 협상안이 나오기 전까지 컨소시엄 참여사들은 협상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최종 협상안을 검토하는데 2주 이상 걸리다 보니 시간이 촉박해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산 컨소시엄’은 사실상 와해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현산측은 9일 최종 공문을 통해 "프로젝트 참여가 어렵게 됐다. 송구하다"는 취지로 거제시에 스스로 사업포기 입장을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번 협상과정에서도 지난 2008년 거제지역에서 저지른 '장승포·옥포하수관거 비리사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3월 거제시민연대는 비리기업인 현산측의 국가산단 참여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역언론 역시 줄곧 비판적 논조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지적에도 '현산'측은 "국내 굴지의 건설사 3곳이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탄탄한 구성이다. 우리가 안되면 국내 건설사 어디라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큰소리를 쳐 댔다.

또, 거듭된 협상기한 연장 등 미온적 태도를 질타하자, "국가산단 조성에 반드시 참여하고, 거제시와 약속한 사회공헌도 이행 하겠다"고 일부 언론에 밝혔으나 끝내 헛말이 돼 버렸다.

일각에서는 '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협약당사자들과 사업성사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보다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면서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인것도 고립을 자초한 원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2013년 당시 '입찰참가제한 감경처분'에 관여했던 일부 인사들의 입을 빌려, 실수요자조합측이나 금융권에서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등 자신들의 입장만을 알리는데 치중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수정>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