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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질, 그 입질의 추억윤지영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자칫 낚일(fishing) 뻔 했다. 벨이 울렸고 귀에 댄 수화기 저쪽에서 낮선 남성(男聲)이 들렸다. 수취인 부재로 우편물이 반송되었다고 개인정보를 캐묻는 택배 전화(?)였다. 무심코 응대하다 조선족 어투에서 촉이 와 전화를 끊었다. ‘경남기업 사건’이 4월 내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핵심 리스트를 보면서, 며칠 전의 보이스피싱을 떠올렸다. 창 너머 벚꽃이 만개하던 날이었다.

뉴스의 팩트를 감안하면 ‘성완종 낚싯터가 사건의 단초라 할 수 있다. 그는 정경유착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업가였다. 고위층 인사들로 구축된 아성(牙城)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 일취월장한 인물이다. 연일 터져나오는 이슈로 대어 포획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데, 배팅 규모가 가공할 만하다.

그는 낚싯대를 수십 수백 대를 이용했다. 포인트를 파악하여 전방위 다대편성을 하였고, 이용가치에 따른 효과적인 공략을 실천했다. 적정한 시즌과 수심 지형 수온 등을 고려한 맞춤형 낚시질이었다. 더 많은 수확량이 필요하여 그물망을 설치했고, 밑밥비용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이었을까?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초등학교 중퇴 후 신문배달과 같은 허드렛일’로 성장한 유년의 결핍도 극복할 수 있었다. 거침없는 질주는 국회 입성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광범위한 욕망의 스펙트럼에 이상기류가 생겼고, 급기야 백척간두에 섰을 때, 강렬한 생존본능에 사로잡힌다. 집착의 근원은 아성 속 인연들과 무관하지 않다. 투자비 대비 회수효과가 미흡하게 나타나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회한, 억울함, 분노가 덧칠되어 고통이 배가된다.

한 가지 방법을 강구한다. 바늘을 문 물고기는 반드시 입천장이 꿰여 끌려오게 되어있다는 진리를 보여주기로. 그래서 선택한 최후의 배팅 리스트, 그것은 누굴 위한 살신성인이 아니라 누굴 죽이려는 필살기(必殺技)였다.
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낚싯밥 문 자들의 명단을 거짓 없이 밝혔을 뿐이지만, 호명된 자들 입장에서 보면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죽은자가 물속에서 산자를 끌어들일 줄 누가 상상했으랴. 모두 혼비백산 허둥대며 어쩔 줄을 모른다. 견딜 수 없는 가벼운 모습들. 은폐된 진실을 점잖은 외피로 감추고 결백을 주장하는 데, 그 표리(表裏)의 부조화가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성완종은 왜 물귀신 작전을 벌였을까. 인간본연의 심리적 측면에서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호의를 ‘주거나’ ‘받으면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주고받는 것에 대한 차이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주하면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즉 도움을 받은 사람은 그 직후에는 도움의 가치를 크게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치를 작게 느끼게 된다. 도움을 준 사람은 정반대다. 도움을 준 직후에 도움의 가치를 작게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크게 느끼게 된다. 도움을 주는 입장이었느냐 혹은 받는 입장이었느냐에 따라 양상이 다른 것이다. 시간 경과에 따라 기억이 왜곡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험에 의한 결과이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당시에 그다지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도움을 준 사람은 자신이 남다른 수고를 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관점에서 판단하는 인지상정을, 지금 우리는 유서같은 메모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준 쪽도 받은 쪽도 모두 범법자다. 굳이 중량을 잰다면 받은 쪽이 더 무거울 것이라는 개인적 생각이다. 기실 성완종의 낚시행위는 ‘갑’이 되고자하는 한(恨)의 산물이다. 전형적인 소외계층 ‘을’의 존재가 치열한 노력으로 ‘갑’을 쟁취했다. 성공의 수단으로 나름 ‘효율적인 낚시 기술’ 노하우를 체득한 것으로 보인다. 밑밥을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형태로 넣는 능력, 밑밥이 잘 빠지지 않게 끼우는 능력, 스킬은 우연이 아니다.

받은 쪽은 비교적 원만한 성장과정을 거쳐 돈, 권력, 명예를 거머쥔 경우이다. 그런데도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듯. 그들의 유물론적 생존방법과 정치언어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그럴수록 자승자박하는 모양새다. “분수에 넘치는 복과 까닭 없는 소득은 조물주의 낚싯밥이거나 인간 세상의 함정이다. 눈을 밝게 하여 살피지 않으면 그 술책에 빠지기 쉽다.” 고위관료들이 진정 이 한 줄의 『채근담』을 몰랐단 말인가.

한 노인이 낚시를 하는 데 실력이 남달랐다. 신기하게 생각한 청년이 "낚시를 잘하시는 무슨 비결이라도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노인 왈, "네 가지 비결이 있네. 첫째, 한 눈을 팔지 말 것. 둘째, 미끼를 잘 사용할 것. 셋째,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것. 넷째, 적당한 기회가 왔을 때는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일세."라고 했다.

한 토막의 고사(古史)로써 망자의 생애를 평가해 본다, 기업가로 만족하지 못하고 정계로 한눈을 판 점, 미끼의 부작용을 생각하지 못한 점, 자기중심적 사고로 인내가 부족한 점, 죽음을 기회라고 여긴, 이런 오판이 성공신화 실패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왁자하게 피었던 벚꽃도 다 지고 5월이 되었다. 내 개인정보가 보이스피싱 사기꾼에게 어떤 경로로 유출되었는지 알 수 없듯, 낚시꾼과 대어간의 진위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오직 피고지는 꽃들이 화무십일홍의 허망함을 입증하고 있을 뿐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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