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칠천도는 ‘처녀들이 시집갈 때까지 쌀 서 말을 먹지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난한 섬이었다고 한다.

고려 시대부터 기성현 하청부곡에 속하는 낙도에 목장을 두고 거제 특유의 검은 소(黑牛)와 적마(赤馬)를 방목했다는 기록도 있다.

칠천도는 지난 2000년 칠천도연륙교(길이 455m)가 놓여 거제 부속섬 중 관광사업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인 곳이다.

칠천도는 정유재란 당시 ‘칠천량 패전’의 현장이기도 하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통틀어 조선 수군이 유일하게 패한 이곳은 지난 2013년 칠천량해전공원이 문을 열었다.

칠천량해전공원 앞에는 씨릉섬이 있다. 이 씨릉섬은 사자가 새끼를 낳는 형상을 한 칠천도의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또 씨릉섬 앞에 외딴 섬이 하나 있는데, 북처럼 생겼다고 해서 ‘북섬’이라 부른다. 씨릉섬과 북섬엔 칠천도 옥녀봉의 옥녀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북섬과 씨릉섬

북섬과 씨릉섬

옛날 옥황상제의 딸이 하늘에서 죄를 지어 칠천도로 쫓겨났다. 옥황상제의 딸은 하늘나라로 올라갈 날만 기다리다가 지쳐 산이 됐는데, 이 산이 옥녀봉이다.

사람들은 산이 되기 전 옥황상제의 딸을 ‘옥녀’라고 불렀는데, 옥녀는 칠천도에 머물면서 무료한 세월을 달래기 위해 날마다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불렀다.

옥녀가 거문고를 탈 때면 용왕신이 나와 거문고 반주에 맞춰 북을 치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옥녀가 거문고를 타면 섬도 즐거워서 ‘씨릉씨릉’ 소리를 냈는데 이 섬이 ‘씨릉섬’이다.

씨릉섬 옆엔 용신이 북으로 이용한 북섬이 있다. 북섬은 섬의 모양이 북과 닮았다.

이 북섬은 천고(天鼓)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용왕신이 북을 치면 소원을 성취해 하늘나라로 승천할 수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이 북섬은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이 칠 때도 ‘둥둥’ 북소리를 낸다고 한다.

사람들의 기억 속엔 패전의 칠천도만 있지만, 이순신 장군의 기록(난중일기)엔 승전과 관련된 기록도 있다.
1592년 7월 9일 가덕도 해상으로 이동하다가, 왜선 42척이 안골포(진해)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선 수군은 날이 저물어 칠천량(혹은 온천량)에서 하루를 보낸 뒤 그 다음 날 안골포해전에서 250명의 왜군을 죽이고, 대부분의 전선을 파괴하는 대승을 거둔다.

난중일기에 나오는 칠천도의 옛 지명인 온라도(溫羅島)와 온천도(溫泉島)는 따뜻한 마을이란 뜻의 어온마을, 또는 어온마을에 있었다는 온천과 관련해 붙여진 이름으로 전한다.

칠천도 지명의 유래는 옻나무가 많고 물이 좋은 소하천을 상징해 칠천(漆川)이라고 불렀다는 설과 고려 시대부터 칠천도의 특산물이었던 흑우의 검은 빛이 옻칠과 같다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현재의 칠천도는 일제 강점기 때 하천이 7개가 있다는 뜻에 칠천(七川)도가 됐다고 한다.

‘난중잡록’과 ‘원균행상기’에는 칠천도를 온라도(溫羅島)로, ‘난중일기’에는 온천도(溫泉島)ㆍ칠천도(漆川島)ㆍ칠내도(漆乃島)로 나와 있다. 또 ‘해동지도’에는 옛 지명인 칠천도(漆川島)로 나타나 있다.

북섬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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