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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탐방-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 ‘분홍빛 동아리’

앙상했던 나뭇가지는 벚꽃이 흐드러지고, 흙먼지 날리던 논밭은 이름 모를 새싹들로 생기가 돈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蘇生)하는 ‘봄’이다.

사람도 만물의 하나고, 자연의 일부인데 시들었다가 다시 피는 때가 있지 않을까. 여기 60갑자(환갑)를 보내고, 나눔과 봉사를 베풀면서 여생(餘生)을 봄기운으로 가득 채워가는 할머니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도 이 계절에 어울리는 ‘분홍빛 동아리(회장 정봉자·회원 15명)’다.

정오를 30분 남겨두고 거제시종합사회복지관(관장 이상영/ 이하 복지관) 1층은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복지관 이용자 대부분이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는데, 하루 평균 500명이나 돼 식당에서 복도 끝까지 줄이 이어진다.

복지관은 노인복지관이라 불릴 만큼 노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몸이 불편한 이들이 북새통에서도 큰 불편 없이 식사할 수 있는 것은 부모처럼 살뜰히 모시는 직원들이 있어서다.

그러나 직원들도 한정된 인원수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자식·손주 같은 이들의 고생을 덜고자 복지관 이용자인 몇몇 할머니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배식(配食)에 나선 것이 동아리 결성의 발단이 됐다.

일반적으로 노인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은 청장년층이 진행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복지관에서는 ‘노인’이 ‘노인’을 돕고 있었고, 그 중심에 ‘분홍빛 동아리’가 있었다.

분홍빛 동아리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60~70대 여성들이 모인 단체다. 햇수로 올해 4년째. 직원들이 점심시간 마다 내려와 배식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시간 허비하게 하지 말고 우리가 배식을 해보자’고 생각해 모이게 됐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 나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노인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

배식 봉사활동을 마치고 진행된 인터뷰 내내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연륜에서 비롯되는 지혜로운 신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의 나이가 봉사하기 딱 좋은 때라고 외치는 이유를 들어보자.

-분홍빛 동아리는 언제, 어떻게 생긴 동아리인가요?

“동아리 만들기 전에도 직원들을 도와 배식에 나서는 이용자들이 있었다. 모두 60~70대 할머니들이었고, 흩어져서 손을 나누기보다, 뭉쳐서 해보자는 뜻을 모아 그 계기로 2012년 동아리를 만들었다.
당시도 4월 봄날이었는데 따스한 봄기운에 ‘분홍빛’이란 이름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동아리가 하는 봉사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매일(평일) 아침 직원들 출근 시간과 비슷하게 복지관에 나와 도시락을 포장한다. 이 도시락들은 복지관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 뒤 복지관 프로그램 활동을 하다가 점심때가 되면 무료급식소에서 배식과 테이블 청소 봉사를 한다. 배식은 일주일에 기본 3~4일은 하고 있다.
또 이동목욕에 동행하기도 한다. 요즘은 지역사회 봉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지역 내 장애인 복지 시설에 방문하고 있고, 올해엔 매월 셋째 주 화요일에 정기적으로 간다. 복지관에서도 책임감 있게 꾸준히 활동할 것이다.”

-분홍빛 동아리도 어려움이 있을 텐데, 어떤가요?

“같은 노인들끼리 봉사를 하고, 받는다는 것이 생각 외로 시선이 곱지 못했다. 왜 이런 동아리를 만들어 복지관 재정을 축내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한때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준비된 믹스커피를 마실 때도 눈치를 봐야 했다.
회원들 사이에서 동아리 해체하고 원래 하던 대로 안보이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도 그만둘 수 없었다. 단체를 만듦으로써 의견도 잘 모이고, 추진력도 생기고, 효율도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고집이 이제는 칭찬으로 돌아오고 있다. 배식하면서 수고한다는 응원도 많이 받고, 웃을 거리가 더 많아져서 새로운 행복을 뒤늦게 찾은 것 같다.”

봉사하고자 하는 그들의 뜻깊은 마음 앞에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의 적기(適期)와 고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인터뷰였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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