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거가대교 개통으로 예전만 못하지만 지금도 육지에서 거제(섬)에 발을 딛기 위해 가장 많이 지나는 곳이 사등면 덕호리 견내량(見乃梁) 마을과 통영을 잇는 신·구 거제대교다.

신·구 거제대교 아래 해협(海峽)을 견내량이라고 한다. 견내량은 거제도에서 육지 사이에 위치한 가장 가까운 해협으로 길이는 약 3km 폭은 180m~400m정도다. 해협 양쪽에는 작은 섬들이 많고 물살이 거세 이곳에서 생산되는 돌미역은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한다.

거제대교가 개통되기 전인 1971년 이전까지 견내량은 나룻배나 도선으로 건너 다녔는데, 거제도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선조들도 아마 견내량을 건너 정착했을 가능성이 크다.

견내량과 전하도

견내량은 전하도(殿下渡)라고도 부르는데, 그 유래는 1170년 정중부의 난으로 둔덕 기성에 귀양 온 고려 의종(殿下)이 견내량을 건너면서부터다.

이후 전하도는 세월이 흐르면서 어원이 변해 견하도(見下渡)로 불리다가 현재의 지명인 견내량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견내량에는 두 개의 누각이 있었다. 통영 지역 견유마을의 관해루(觀海樓)와 거제 지역에 무이루(撫夷樓)다. 이 두 누각은 천혜의 절경을 자랑 했을 뿐만 아니라 왜구의 침입을 감시하는 초소 역할도 함께 했다고 한다.

견내량은 하루에 두 번 조류에 의해 물살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썰물 때는 물살을 타고 쉽게 넓은 바다로 나갈 수 있고 한산도, 홍도 쪽으로 나가면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대마도로도 쉽게 갈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1419년(세종 1) 6월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군이 대마도까지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부산포가 아닌 견내량에 집결하기도 했다.

또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인 해전이자 세계 4대 해전으로 불리는 한산대첩도 이곳 견내량에서 시작됐다.

견내량에 대한 지명 설화는 전하도 이외에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시대 한양 양반이 거제로 귀양을 오게 됐다. 여러 해 귀양살이를 겪다보니 고생도 많았고 고향생각도 간절했던 양반은 견내량만 건너면 도망을 쳐서라도 처자식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견내량 배를 훔쳐 바다를 건너고 싶어도 노를 저을 줄 몰랐고, 또 양반 체면에 헤엄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견내량은 지금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육지 쪽을 빤히 바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음 같아선 한걸음만 팔짝 뛰면 닿을 것 같은 거리 같았지만 쉽게 건널 수 없는 견내량을 두고 양반은 ‘어떻게 하면 견내량을 건널까’하는 고민에 빠져 살았다.

양반은 “내 눈앞에 보이는 이 바다에 대들보 하나만 걸치면 다리가 될 것인데”하며 한탄만 하다가 세상을 떠났고 이후 사람들은 이곳을 견내(見乃)량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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