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해 제26회 경남예술인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10회 거제예술상, 제5회 한국난문화대상, 자랑스러운 경남도민상, 신한국인상(대통령상), 제5회 효당문학상 등 내로라는 상은 한번쯤 받아본 이력이 있지만 이번 상은 그에게 좀 더 특별하다.

올해 7월이면 ‘거제자연예술랜드’ 개장 20주년을 맞는데 이번 수상은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힘겨웠던 여정에 대한 ‘위로’ 또는 ‘보상’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란다. 40여 년 동안 자연에 예술의 혼을 불어 넣는 일에 고뇌했던 그의 지난 여정을 되돌아봤다.

1947년 경상남도 거제군 장승포읍 능포리 능곡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거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체신청 공무원에 합격해 바다 건너 부산에서 미래를 열어갔다. 그의 호(號)도 고향마을에서 따 왔다.

이후 정보통신부 공무원과 이동통신사 전무를 역임한 그는 지난 1993년 익숙한 도시생활을 버리고 불현듯 고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모든 것을 놓고 고향으로 발길을 옮길 수 있었던 것은 20대 초반부터 젋음을 바쳐 수집한 수석과 난이 새로운 거제의 관광 자원으로 꽃 피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그와 함께 고향길로 동행한 수석과 난이 5톤 트럭 200대분이었다.

그가 문학에 발을 들인 것은 토종난 채집을 위해 전국을 누비던 즈음이다. 그는 당시 ‘난과 생활’이라는 잡지에 ‘한국난 채집기’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문장의 조율을 더하기 위해 시조를 배우게 됐단다. 그는 84년 현대시조를 통해 등단했고 현재는 현대시조 발행인으로 왕성한 활동 중이다.

하지만 보물을 짊어지고 귀향하는 그를 누구보다 환영해 줄 것 같았던 고향사람들은 오히려 그에게 ‘자연석 밀반출’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웠던 것이다.

그래도 그는 언젠가 고향 사람들이 진정한 보물의 가치를 깨닫게 될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1995년 7월 23일, 2년 여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거제자연예술랜드’의 문을 열었다.

개장에 앞서 고심해 지은 ‘거제자연예술랜드’란 이름은 그의 예술지론이 담긴 대목이다. 당시 자연예술이라는 장르가 없었던 시절이라 일각에서 ‘자연’과 ‘예술’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었단다.

그러나 이미 1991년 그가 창시한 석부작은 자연예술 장르의 시초였고, ‘거제자연예술랜드’가 문을 연지 2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을 감상한 사람들에게 그가 창시한 ‘자연예술’이란 장르는 수긍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돼 있다.

그는 언제나 그랬다. 보통사람들은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소재를 발굴하고 창조하는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석부작 입석과 제조방법’ 등은 특허까지 얻은 상태다.

하지만 ‘거제자연예술랜드’의 운명도 그리 순탄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거제자연예술랜드’가 거제의 명물로 전국에 명성을 쌓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1997년 IMF가 시작되면서 시련이 시작된 것이다.

‘거제자연예술랜드’를 만들기 위해 은행에서 무리하게 융자를 받은 게 원인이었다. 모든 재산은 압류됐고 그에게 온전히 남은 것은 몸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시련 앞에 주저하지 않았다. 외부인의 남획으로 사라져간 거제풍란을 살리기 위해 해금강에 거제 풍란 5만 5000점을 심는 재생운동을 시작했다.

또 거제의 자랑이자 인생의 역작이 된 ‘미니 장가계’를 탄생시키며 IMF 이후 그에게 찾아온 시름을 떨쳐내려 노력했다.

그리고 10년 전부터 서불설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또 하나의 명작인 ‘돌 인상석(나한상)’은 현재 1200여 개가 만들어졌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품이다.

그의 작품과 가치는 그가 평생을 사랑했던 고향 거제보다 오히려 외부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각 종 언론에서 그의 작품을 앞 다퉈 소개했고 거제지역 사람보다는 관광객들과 외국인에게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부산 구덕문화공원 내 설치된 ‘목석원예관’에는 그의 작품 일부가 전시돼 있는데, 부산 APEC 정상회담 때엔 정상들과 동행했던 각국 기업인(CEO)이 그의 작품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거제시도 거제자연생태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그의 작품 일부를 매입했다. 거제시가 매입한 작품들은 이미 그의 품을 떠났지만, 그는 품을 떠난 자식(작품)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지 우려가 깊다. 올해까지 완공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거제자연생태테마파크 조성은 불투명한 상태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또돈안골사모회’의 회장이라 소개하는 농(弄)을 즐기곤 한다. ‘또돈안골사모회’는 ‘또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로 그의 인생여정을 잘 나타내는 칭호다.

그가 그동안 걸었던 자연예술은 물론 거제자연예술랜드, 청마기념사업회, 향파기념사업회, 현대시조의 발행 등 모두 ‘돈’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할 일이었고 또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여정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누구보다 그를 존경하는 예술인으로 추앙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그는 “맑은 물과 깨끗한 식재에서만 자생하는 난초의 덕목은 조신이라고 생각하는데 올해로 69세, 여생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지금 바라는 게 있다면 남들에게 욕을 덜 먹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들에게 “장부는 관곽(棺槨) 뚜껑이 닫힌 뒤라야 그 사람의 한 일을 평가할 수 있다(장부개관사시정-丈夫蓋棺事始定)는 두보의 시 구절처럼 예술인은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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