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설화를 찾아서'를 연재 하며

우리 지역의 설화나 전설을 알고 그 증거라 할 수 있는 암석·수목·산천 등의 흔적들을 찾아 나들이하다보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동네가 새롭게 보입니다.
거제 곳곳에는 조상의 얼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보물 같은 설화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태어난 고향 마을과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우리 삶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공부라는 점에서 이번 호부터 거제의 설화를 찾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해금강 - 갈도

남부면 갈곶리 갈개마을의 남쪽 약 500m 해상에 위치한 바위섬(해발 약 116m, 면적 약 0.1㎢)이 있다.

바다의 금강산이란 뜻의 해금강으로 더 잘 알려진 거제 해금강이다. 해금강은 빼어난 풍광으로 지난 1971년 3월 23일 명승 2호에 지정됐다.

해금강은 크게 두 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졌는데 일출 장면으로 유명한 사자바위가 북쪽에 떨어져 있고 큰 바위 몸체는 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바다 속에서 넷으로 갈라져 4개의 절벽 사이로 십(十)자형 벽간수로(壁間水路)가 뚫려 있다.

바다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해금강의 기암괴석(奇巖怪石)은 저마다 전설을 품고 있다. 해금강이 품은 설화 중엔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파견한 방사(方士)인 서불(일명 徐福)에 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왼쪽이 해금강, 오른쪽 부분이 徐芾過此 석각이 있었던 우제봉.

서불은 해금강 천년송에 그네를 매달아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그 증거로 해금강 맞은편 우제봉에는 '서불과차(徐芾過此)' 석각이 있다.

지금은 사라호 태풍에 바윗돌이 떨어져 나가 지금은 그 존재를 찾을 수 없지만 조선말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李裕元)이 거제도에 유배를 왔다가 지었다는 <가오고략(嘉梧藁略> 거제도해금강 갈도석각가(葛島石刻歌) 기록 등 여러 기록에서 서불과차 석각이 존재했었다는 증거가 남아있다.

해금강 전설 - 갈곶이 동삼더덕

해금강은 예부터 약초가 많아 약초섬, 또 칡뿌리 모양을 닮아 갈도(갈곶도)라고 불렸다. 불로초를 구하려고 한 서불도 해금강에 신비한 약초를 채집하러 다녀갔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해금강에는 천년 묵은 더덕 이야기인 ‘동삼(童參)더덕’ 설화가 전한다. 동삼은 동자삼의 준말로 어린아이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큰 산삼을 말한다.

옛날 옛날에 남방의 삼신산이라 불리는 거제 해금강에는 천 년 묵은 동삼더덕이 살고 있었다.

천년이나 된 더덕은 사람이나 짐승으로 변해 거제 곳곳을 유람했는데, 갈곶이 동삼이 어디에 나타나서 고기를 낚고 있다거나 처녀로 변해 학동 고개를 넘어 갔다는 등 곳곳에서 갈곶이 동삼을 봤다는 사람이 많았다.

하루는 동삼더덕이 상주(喪主)로 변장해 거제 읍내에서 장을 구경하고 사라졌다는 소문이 온 거제고을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거제 읍내 장터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주 생겨났다. 상을 치르기 위해 장을 보러온 상주를 동삼더덕으로 오해하고 시장에 와서 장을 보는 상주가 있으면 미행해 상주를 붙잡고 “갈곶이 동삼더덕을 잡았다”고 외치면서 갈 길 바쁜 상주를 잡고 놓아주지 않은 일이 빈번히 생겼다.

상주가 “여보시오. 나는 명진 사는 아무개요, 나는 부춘 사는 아무개요.”라며 신분을 밝혀도 상주가 동삼더덕 이라고 확신한 사람은 “거짓말 말아라 너는 분명히 갈곶이에 사는 천년 묵은 동삼이다. 나는 안 속는다”며 상주를 잡고 늘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상주로 변한 동삼더덕을 잡아 팔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욕심과 불치의 병을 고치고 싶다는 사람들의 의심에 괜한 상주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참고자료 - <거제도설화전집·1994>, <거제지명총람·1996>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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