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거가대교 개통4주년이 된다. 거가대교 개통은 인구 20만에 불과했던 거제시를 천만의 시장을 지닌 새로운 경제권과 교류하도록 하였다. 수많은 거제시민들은 거가대교개통을 기다라며 거가대교 개통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가? 거가대교개통 4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과연 당초의 기대처럼 거제가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가? 에 대한 진지한 물음에 제대로 답하는 시민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우리시민들의 표정에서 바로 그 해답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부경남의 고작 인구20만의 섬나라에서 무려 천만 명에 육박하는 부산, 울산 대구의 거대시장, 거대경제권이 거제시와 바로바로 연결될 수 있기에 그 기대감은 한층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환상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 지난 4년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제는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과연 그 거대시장이 우리 거제시민과 거제경제에 얼마만큼 도움이 되고 있는지, 조선 산업과 서비스산업, 그리고 관광산업에 얼마나 발전적인 요소가 있는지, 오히려 거제의 시장잠식과 빨대효과에 의한 역류현상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철저한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초의 부푼 기대에 못 미쳤다고 해서 너무 허탈해하거나 분노에 빠져서도 안 된다.

어차피 거가대교 개발을 주도한 측에서는 경제예측과 수요측면에서 부풀려 질 수밖에 없음을 냉정히 인정해야만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면 과연 우리 거제시와 시민의 잘못은 없는가? 가가대교 접속도로 인접의 해안과 지역에 대한 치밀한 도시계획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부산의 녹산 명지 등에 대규모의 항만과 물류, 기자재산업단지, 신도시개발에 대비한 우리 거제 쪽, 부산과 가장 가까운 해안지역의 도시개발, 부산시민들이 거제에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인접지역의 산업단지유치, 세컨드하우스, 주말주택단지조성 등 새로운 유인책은 없는가?

개통 전부터 이슈가 되었던 거가대교 통행료 문제는 인하가 불가능한 것인가? 통행료문제가 거제와 부산을 단일 생활권과 단일경제권으로 묶는데 많은 장애와 한계를 지닌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기간 너무나 안일하게 대비한 것 같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거가대교 건설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거제에 영항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한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있어서야만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여전히 거제는 붐빈다. 거제를 찾는 관광객이 여전히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주말과 연휴만 되면 거제를 찾는 관광인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차고 넘친다. 다만 이 관광객의 거의 절반이 인근의 통영으로 나가겠지만 그래도 거제의 중심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학동, 해금강주변은 인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니, 아직은 절망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광인프라가 너무나 부족하다. 거가대교를 넘어와서 학동과 해금강을 잇는 도로는 금새 극심한 정체상태에 빠진다. 관광객들은 귀중한 시간을 내서 거제를 찾아왔지만 정작 도로에서 서너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해 보시라, 이 얼마나 짜증스러운 일인가? 다시는 거제를 찾을 엄두조차 내지 않을 것이다. 거제를 떠올리면 관광보다는 정체로 고생했던 끔찍한 고통만 떠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온 관광지와 길에는 차량으로 넘쳐나고 주차할 곳이 없어 노상주차가 일상화 된지 오래다. 이것이 관광거제의 현주소이고 실체다. 우리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만 한다.

나는 자주 주말이면 학동과 해금강, 여차, 홍포를 찾는다. 이곳들은 거제의 가장 빼어난 관광지이고 비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찾을 때마다 앞뒤 꽉 막힌 외길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서너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정말 고통스럽고 짜증나는 일을 매번 겪는다. 거제에 사는 나도 이러한데 처음 온 관광객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이래가지고 어떻게 거제를 찾아달라고 관광객유치홍보를 할 수 있으며, 거제를 자랑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한 번 다녀간 그들이 이웃이나 지인들에게 과연 거제를 한전 가보라고 권유하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 거제에 지금 당장은 조선산업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만, 항구적으로는 관광산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백년 후에도, 아니, 어쩌면 영원히 거제를 먹여 살리는 유일한 길은 관광산업일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우리는 철저히 대비하고, 또 대비해야만 한다. 도로는 물론 머무를 수 있는 콘도, 숙박시설, 대규모의 연수원과 수련원시설도 더 많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지세포 소동의 대명콘도가 생겨서 그곳에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거제의 새로운 관광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것을 보더라도 찾고 즐기고 머무르는 관광화가 시급하며 거제전체를 통하여 새로운 거제의 디자인이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경남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 인· 허가가 이루어지는 곳이 거제라는 달갑지 않은 뉴스보다는 “거제가 정말 아름다운 도시”다. 서울, 부산 등의 대 도시인이 “거제에서 살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 있는 그런 해양관광의 보물섬으로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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