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박해로 거제로 귀향, 일생을 독실한 신앙생활 영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신유박해(1801년)로 거제지역에 유배 온 ‘류처자(유섬이ㆍ柳暹伊)’의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거제지역에서 류처자로 알려진 유섬이의 일화는 그동안 지역민에게 구전된 이야기로만 알려졌다.

거제면 송곡마을 백부기(80) 씨는 “옛 어른들로부터 류처자 이야기가 전해져 왔는데 돌보던 노파(양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토굴에서만 생활하던 천주교인으로 마을 뒷산에 묘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전인물로 알려졌던 류처자는 지난해 前수원교회사연구소 고문이었던 하성래(아우구스티노) 씨에 의해 실존 인물로 밝혀졌다.

하씨가 문중 선조인 거제도호부사를 지낸 하겸락(河兼洛 1825~1904년)의 문집 <사헌유집(思軒遺集)> 한글집필 중 류처자(柳暹伊)에 대한 기록을 발견하면서다.

사헌유집(思軒遺集)>권3, 잡저(雜著) 서유록(西遊錄) ‘부거제(附巨濟)’편에는 거제부사 하겸락이 류처자의 삶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이 책에는 류처자의 장례 후 보낸 거제도 류처자의 제문에는 류처자의 생애를 추모하는 감회를 지은 추도문 형식의 제문도 있다.

류처자는 순조1년(1801년 신유년) 신유박해(천주교 탄압) 때 순교자, 사학(邪學)죄인 유항검(柳恒儉 1756~1801)의 딸로 1801년 10월 6일 9세의 나이에 연좌죄인으로 거제도로 귀향왔다.

류처자의 아버지인 유항검(柳恒儉)은 호남의 ‘사도’로 불리며 신앙심과 전교에 열정적인 인물로 알려졌으며, 1801년 신유박해 때 전라도에서 가장 먼저 체포. 혹독한 고문을 받고 서울로 압송돼 처형됐다.

신유박해로 일가가 순교한 경우는 아주 드문데 유항검 일가는 부인 신희, 첫째 아들 유중철, 며느리 이순이, 둘째 아들 유문석, 동생인 유관검 등이 처형되고 어린 세 자녀는 유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 중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124위 시복식에는 류처자의 아버지인 유항검을 비롯해 큰오빠 유중철, 둘째 오빠 유문석, 시누이 이순이 등이 시복식에서 복자ㆍ복녀로 추대된다.

현재 류처자의 묘는 거제면 송곡마을 내원사 인근 야산에 있으며, 최근 거제지역 천주교 측에서 묘지 안내판을 설치한 상태다.

고전문학연구가 고영화 씨는 “일생을 철저한 신앙생활과 순결한 삶을 이어온 그녀를 이제라도 기리는 작은 공간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와 함께 거제지역에 회양적(산적)을 전파 하고, 또 유배문학 측면에서의 류처자를 위한 역사문화공간 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처자의 천주교 재조명사업 및 순례공간 조성 등에 대한 지역 교구의 관심은 다소 미온적이다.

심지어 류처자의 시복 가능성과 재조명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천주교 마산교구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에 124명, 마산교구에 5명 정도가 이번 시복식에 추대되는데, 그 사람을 순교자로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가까운 성당과 논의하라”고 대화를 거부했다.

천주교 마산교구 거제지역 관계자는 “유처자의 경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이제 막 유처자에 대한 발굴이 시작됐고, 자료와 의견을 모우고 있는 단계인 만큼 유처자에 대한 재조명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6일 열리는 교황방문 시복식에는 병인박해로 순교해 일운면 지세포에 묘지(성지)가 있는 윤봉문도 시복 추대된다.

※시복 = 가톨릭교회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공경할 복자(남)·복녀(여)로 선포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이다. 시복은 로마 교황청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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