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산야에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나는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월의 자연은 신록이 우거져 눈부실 정도로 푸르다. 도도한 자연의 흐름을 바라보노라면 지극한 감동을 느끼면서 한없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제는 산이 참 좋다. 어느 산이든 올라가기만 하면 사방이 바다로 둘러 쌓여있어 가슴이 뻥 뚫린다. 최근에 개발바람이 불어 무참하게 파헤쳐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아있는 자연은 풍요롭기만 하다.

수목도 다양하고 울창해서 큰 산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휴식과 가르침을 동시에 선사하는 산이 너무 좋아 나는 틈만 생기면 산에 간다. 사람들은 누구라도 쉽게 자연과의 사랑에 빠진다. 몸과 마음이 병든 이는 좋은 산수(山水)를 찾아 요양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산사(山寺)에 들어가 마음공부에 매진한다.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혔을 때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의 교훈을 음미하며 세속의 찌든 때를 씻어내기도 한다. 사람들 중에는 자연처럼 편안하고 자연처럼 크며 자연처럼 베푸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자연인(自然人)이다. 당연히 주변에 사람이 많으며 그 사람과 얘기하고 같이 지내고 싶어 한다. 자연의 위대한 일중의 하나는 바로 계절의 변화이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무심코 넘기는 계절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면 남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뜻한 봄날이 좋아서 누군가가 봄 향기에 집착하더라도 계절은 때가 오면 어김없이 여름으로 넘어간다. 또 다른 사람들이 여름이 빨리 오기를 애타게 기다릴지라도 아직 때가 아니면 결코 오지 않는다.

자연인은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반드시 자신의 리듬에 맞춰 해야 할 일을 해내고 만다. 항상 스스로를 높이지 않고 남이 몰라준다고 서운해 하지도 않는다. 우리네 조상들은 풍경이 수려한 곳에 정자나 서원을 세워 자연인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자연을 닮은 마음이 곧 본성(本性)이며 사랑과 존중, 자기반성, 겸허함, 감사함, 믿음이 그것이다.

본성에 충실한 사람은 아름다운 인격의 향기가 발산되어 주변의 사람들도 긍정적인 감동을 받는다. 그리하여 그가 속한 조직이나 사회에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를 선사한다. 그 분들이 진정한 자연인(自然人)이다. 자연인은 화합과 평화에 기초를 두고 합리적으로 살아간다. 자신만을 주장하지 않으며 타인의 견해를 존중하고 수용할 줄 안다.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타인의 과오를 탓하기에 앞서 나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자연인은 반드시 수양한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마음을 갈고 닦는다. 변덕을 부리거나 술수를 쓰지 않고 항상 평정심을 유지한다. 한결같은 자세로 일관성을 지킨다. 자연인은 문제해결을 위한 주체가 나 자신임을 확고하게 인식하고 반드시 책임을 완수한다.

그리고 항상 선(善)한 생각, 선(善)한 의지를 기르고 이를 실천하며 남을 비방하거나 원망, 불평, 불만을 삼간다. 자연이 주는 가르침에 근거하여 늘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한다. 계절이 주는 변화를 인식하며 풍부한 감성을 지닌다. 더 가지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이미 가지고 있는 현실을 즐긴다.

또 자연인은 정직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언제든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경계심을 잃지 않는다. 항상 깨어 있어 평상심(平常心)과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한다. 아름다운 자연은 계절마다 특성에 맞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작열하는 태양이 지배하는 여름철이다. 만물에 풍성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젊은 계절이다. 덥다고만 할 게 아니라 지치지 않는 여름의 근성을 배워보자. 여름철 산은 시원하다. 녹음이 짙푸른 산길을 마음껏 거닐면서 스스로 자연인(自然人)이 되어보자. 인생의 깊이를 온 몸으로 느끼며 진정한 행복감(幸福感)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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