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전이 벌어졌다. 동부전선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총기를 난사한 임병장(22)이 무장으로 탈영한 것이다. 난데없는 총성 속에 군(軍)당국은 강원도 고성군 전 지역에 경계태세 최고 수위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군(軍)은 도주하는 그를 추격했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인근 주민 수백 명은 임시 대피소에서 밤새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긴급뉴스를 통해 무장상태로 ‘전쟁 중인 국가’가 ‘한국’임을 상기시키면서 이곳이 세계 최대의 중무장된 요새임을 알렸다.

그렇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의 최전방에서 수십 발의 총성이 울렸으니, 가히 특종감이다. 그런 만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것도 사실이다. 남북으로 분단된 것도 모자라 거기서 다시 분열되어 교전을 벌였다. 그런즉 한국은 전쟁 중인 국가임에 틀림없다. 중요한 것은 총알이 모두 동료병사들에게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럼으로써 5명의 전사자와 7명의 부상자가 생겼음은 물론이다. 총기난사 사건의 주범인 임모 병장은 자살을 시도하다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총을 쏘았든 맞았든 그들은 모두 분단의 아픔 속에 나라를 지켜야 했던 우리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전역을 3달 앞둔 말년 병장이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관심병사’로 분류된 그가 우발적으로 벌인 총기 난사라 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인 것이다. 그러한 ‘관심병사’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관심병사를 투입하고, 실탄 없는 총기를 지급한 사실 또한 믿을 수 없는 사실로 다가온다.

이렇듯 우리사회엔 요즘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4.16 세월호의 침몰로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가슴이 또 다른 충격 속에 휩싸이고 있다. 여기저기서 경보음이 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의 분열현상이 극도에 달해 이념대립으로까지 치닫는 현상이다. 4.16 세월호 참사로 자진 사퇴한 총리 자리가 60여일간 비어있으나 이를 메우기가 쉽지 않다. 중도라는 것은 없고 2분법이 난무하는 오늘날인즉 필자는 할 말이 많아도 입을 다물어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듯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총기난사를 일으킨 주범이 생포됨에 따라 ‘상황 종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로 인한 여진이 너무 크다. 가라앉히기엔 그 여파가 너무 큰 것이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 휴전국가라는 오명(汚名)도 이젠 모자란 모양이다. 반쪽이 난 나라를 지키던 병사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냥하고 흘려서는 안 되는 피를 흘리고 있지 않는가. 기실 38선 저쪽을 겨냥하는 것도 동족끼리 못할 짓인데 6.25전쟁 64주년이 된 오늘은 이쪽을 향해 총기를 난사하는 형국이다. 분단된 것은 비단 ‘나라’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 우리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형 참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의 ‘상황 종료’는 수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6.25 전쟁의 상황은 아직 종료되지 않고 있음을 외신을 통해 재확인하게 된다. 잠정적으로 전투를 중단한 전쟁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무시로 잊고 사는 것이다.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61년째 휴전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의 ‘전쟁’은 이제 보이는 전쟁만은 아닌 것 같다. 정신적 고갈로 인한 내부 분열현상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사방팔방 전쟁인 셈이다. 대체 무엇을 위한 전쟁인 것일까.

1.4후퇴 때 거제도는 흥남철수작전으로 떠밀려온 15만 피난민의 피난처였고, 17만 3천 여 명에 이르는 포로들의 포로수용소였다. (인민군 15만, 중공군 2만, 여자 포로와 의용군 3천명) 그래서인지 전쟁으로 인한 상흔이 적지 않다. 당시 10만 명에 불과한 거제도가 무려 30만이 넘는 사람들을 구제한 사실은 ‘‘거제(巨濟)’가 품고 있는 무궁무진한 포용력을 보여준다 하겠다. 그럼으로써 외딴 섬 거제도는 쏟아지는 이야기들로 살아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절망을 딛고 일어난 이야기가 문학임을 토로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한다. 전쟁으로 인한 참상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전쟁문학’은 이를 간접적으로나마 겪게 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게 한다. 그런 점에서 문학은 전쟁의 상흔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하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연계선상에서 6월 28일에는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전쟁문학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제3회 한국문학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는 (사)한국문인협회가 주최하고 거제문인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서 6.25전쟁과 거제포로수용소를 중심으로 한 학술행사이다. 이로써 1300여명에 이르는 한국문인협회 회원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거제도를 찾는 가운데 ‘전쟁문학’의 장도 활짝 열릴 것이다. 아울러 “거제도 전쟁문학관 건립”을 위한 신호탄이 될 줄로 믿는다.

‘전쟁문학’은 포로수용소가 있는 거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필요한 것이다. 상처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소모전에 불과한 전쟁은 멈추어야 한다.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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