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하더니만,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가 생겼나보다. 어찌 이런 일이 생겼단 말인가?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다. 많은 생명들이 이유도 모른 체 일방적으로 희생당해야만 했던 이번 참사는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도저히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인정하기도 어려웠던 충격적인 사고이었기에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의 고통은 절망적이었다. 그 고통은 말이나 글로서 표현될 수도 없고, 또한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저 그 고통스러운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우리들도 함께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 고통을 같이 나누려고 했다.

전국적으로 설치된 희생자 분향소에는 추모객이 200만 명 넘게 방문하여 애도의 추모를 하였고, 많은 국민들은 추모의 촛불을 들거나 추모문화제를 열면서 슬픈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한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하여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사과를 하였고, 여러 가지로 사고 수습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운다고 하였다. 이런다고 그 고통의 문제가 위로되거나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사고의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이 이제는 많은 국민의 고통으로 되어 있는 지금의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는, 가해자의 엄벌과 사회제도의 개선과 물질적인 보상만으로는 그 고통의 상처를 치유하기는 힘들 것이다.

각 개인의 문제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 또는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시스템의 주인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문제 해결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 동체대비(同體大悲)하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꿔야한다. ‘동체(同體)’라는 것은 ‘한 몸’ 또는 ‘같은 몸’이라는 것인데, ‘너’와 ‘나’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의 모든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자신과 한 몸’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그런 참사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가해자들의 생각은 오로지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선택도 자기중심적으로 한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타인이 받을 피해에 대하여서는 일부러 무관심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타인의 귀한 생명마저도 무시하는 아주 못된 이기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것을 알고는 그 차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태우지는 않을 것이다. ‘대비(大悲)’는 ‘대자비심(大慈悲心)’으로 남의 고통마저도 공감하는 무한한 사랑을 말한다. 이번 사고에서도 의사자(義士者)들도 있었지만, 구조와 수습 과정에 보편적인 인간애(人間愛) 조차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였기에 더 많은 분노와 갈등의 고통이 생겼던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위험에 처해 있었다면, 자신의 위험 때문에 그 위험을 외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슬픔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피해자들에게 상처에 덧칠하는 모습들도 없었을 것이다. 공동체 일원으로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공감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생기고 고통의 문제가 생긴다.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도(中道)’를 이해하면서 마음에 맺힌 것들을 풀어내야 한다. 중도사상은 우리 삶에서 고통의 원인이 되는 집착과 편견과 왜곡을 끊고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인 팔정도(八正道)를 실천하기 위해서 ‘조화’와 ‘균형’과 ‘소통’을 갖게 만드는 사상이다. 중도는 상대적인 양극단에 집착하거나 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변(二邊) 혹은 양변(兩邊)인 선악(善惡)과 유무(有無), 고락(苦樂)과 시비(是非), 생멸(生滅)등의 치우친 관점에서 벗어나서 올바른 견해를 갖는 것이다. 좋고 싫음의 견해는 각자의 기준에서 나온다. 자신의 기준으로만 세상을 접근하다보면 수없이 많은 모순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모순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융합하지 못하면 그것은 곧 편견(偏見)이 되고, 그 모순들을 융합하는 것이 정견(正見)이다. 정견(正見)은 ‘적당히’라는 명쾌하지 못한 관점과 ‘한 가운데’라는 위치의 중간에서 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다단한 세상의 모든 것과 그것들이 가지는 모든 작용들의 근본바탕을 보라는 것이다. 이분법적인 사고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다원체(多元體)인 우주법계의 근본은 연기(緣起)에 의한다. 창조론과 진화론을 말하지만, 존재하는 모든 것의 바탕인 탄생과 소멸은 연기의 법칙으로만 해석이 가능하다.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서 나타나고 사라짐으로 ‘나’라고 할 것도 없고 ‘너’라고 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너와 나라는 구분은 있지만, 결국에는 둘이 아니고 하나인 것이다. 모든 상대(相對)되는 것은 불이(不二)이고 무이(無二)인 것이다. 그래서 이 도리를 아는 사람은 동체대비를 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고집하지 않고 양변을 아우르는 중도관(中道觀)으로 볼 때, 만법(萬法)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깨달으시고 맨 처음으로 ‘머물지도 애쓰지도 않으면서 건넜다.’라고 하시면서 중도를 설법하셨다.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가 어렵고, 어쩌면 수수께끼 같은 법문이다. 오로지 깨달음으로서 그 뜻이 파악될 수 있다는 것인데,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핵심인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세간(世間)을 떠나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세간에 소용되고 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이 시대의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도적인 관점으로 보고 행하는 실천적 정신개혁운동이 더욱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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