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면 동쪽 계룡산 밑 수정봉 정상에는 산성이 하나 있다. 수정봉성(水晶峰城) 또는 옥산금성(玉山金城)이라고 불리는 이 산성은 경상남도 기념물 제10호(1974년 2월 6일) 옥산성지다.

길이 778.5m 최고높이 4.7m 폭 3m인 이 산성은 조선 고종 때 거제부사 송희승이 거제 백성을 동원해 쌓은 성이다.

산성 앞으로 보이는 거제만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대한해협과 바로 연결되는 탓에 바닷길을 따라 쉽게 왜적의 침입이 우려되는 곳이다. 옥산금성도 이런 왜적의 침입에 대비해 만들어졌지만, 축성 이후 140년간 의도치 않게 외적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은 ‘철옹성(鐵甕城)’이 됐다. 정확히 말하면 외침을 막아 낼만한 시대적 배경이 부족했기에 사용되지 않은 탓이다.

거제시지에 따르면 산성은 지름 48m ~ 80m의 장방형 자연석을 산의 지세와 8부 능선을 따라 테를 두르듯 막돌을 쌓아 표주박 형태로 만들었다. 성을 쌓는 데 쓴 돌은 가까운 계룡산 자락에서 구해 왔다고 한다.

당시 성 안 요소에 누각과 무기고, 연못 등이 있었고, 동·서·남·북 네 곳에 성문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 남쪽과 서쪽의 성문만 확인 가능하다.

특히 적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되는 남쪽과 서쪽은 성문을 ‘ㄱ’자형으로 만들고 돌층계를 마련해 성안으로 출입구를 만들어 효율적인 방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옥산금성은 조선 말엽에 쌓은 탓에 역사적 기록은 많지 않다. 다만 1899년 편찬된 경상도여지집성 거제군읍지 성지조엔 ‘수정산성은 군의 동북쪽 5리에 있으며 부사 송희승이 계유년(1873년) 축성했고 성안에는 우물이 하나 있다’고 기록돼 있다.

성 안 중앙에 바위 봉우리가 솟아있고, 그 바위 위에 사방 2m 거리에 기둥을 세우고 망루를 세웠다. 이 망루는 소실돼 4개의 기단만 있던 것을 지난 1997년 9월 25일 망루 복원공사를 시작해 그 해 12월 31일 망루를 복원하고, 1998년 11월 망루 단청공사를 마무리해 ‘금성루’로 이름 붙였다.

성 안 동쪽에 자연 암석을 기단으로 서 있는 비석이 하나 있다. 성을 축조하게 된 과정이 기록된 축성비다.

그동안 옥산성지의 축성비의 해석을 놓고 ‘거제부사 송희승이 읍성을 만들 것을 조정에 건의했지만, 조정에서는 백성들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아 송 부사가 옥산에 산성을 축성할 것을 결심한 뒤 사람들을 동원 8개월 만에 완성했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인 사실이었다.

그러나 거제지역 고전문학연구가인 고영화 씨에 따르면 거제부사 송희승이 거제읍성을 건의했다는 기록은 조선시대 어디에도 없고, 거제부사 송희승의 파직에 대한 기록도 축성비에는 전하지 않는다.

또 옥산금성축성기(玉山金城築城記)에 따르면 1873년 3월 6일 처음 축성을 결정한 후 3월 15일 축성 준비를 거쳐 5월에 공사가 시작됐고, 1873년 10월 15일에 성(城)이 완성됐다는 기록이 있어 그동안 알려졌던 옥상금성의 축성기간이 8개월이 아닌 5개월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짧은 두서너 달 만에 거제도 전 지역에서 축성비용을 거두는 등 5달 보름 만에 성을 쌓기 위해 거제부 백성들의 희생과 고충은 생각보다 더 심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거제부사 송희승(宋熙昇)

1872년(고종 9년) 6월 26일 임명장을 받고, 같은 해 7월 26일 거제부사로 부임한 송희승은 1874년 7월까지 약 2년간 거제부사직을 수행하다가 강원도 삼척영장(三陟營將)으로 임명돼 떠난다.

하지만 1875년 3월 거제부사 시절, 옥산금성 축성을 위해 백성들에게 큰 부담을 주었고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죄로 파직되고 그 해 5월에 장 100대를 맞고 경상도 풍기군에 유배 갔다가 1876년 2월에는 방축향리(벼슬자리에서 내치고 제 고향으로 내쫓던 형벌)됐다.

이후 송희승은 1879년 6월 25일 순천영장(順天營將)으로 등용됐다가 7월 16일 벼슬을 떠난 뒤 1880년 12월 29일 오위장(五衛將, 정3품)으로, 뒤이어 대구영장(大邱營將), 1882년 9월 14일 혜산첨사(惠山僉使 정3품)로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후세에 거제부사 송희승을 해안방위의 필요성은 인식했지만 발전된 시대 상황을 예견치 못해 백성들을 힘들게 한 원님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옥산금성의 축성 기록을 담은 비석엔 ‘사람들이 완성된 옥산금성을 보고 자손들을 완전하게 지키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라고 칭송했다는 기록이 있다. 결과를 떠나 거제부사 송희승이 국토방위를 위해 옥산금성을 쌓은 마음만은 인정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옥산금성축성기(玉山金城築城記)

絶島海邑 必有所恃險 而任辰以後 奉遑築城 衆情嗟嘆積有年矣 會奉朝廷節勸各道 繘繕新舊 恐在人後 此邑物議 亦曰願築 雖以知府之情 率可無蠢動 今招民丁 不期至千數 爭先始後 卽癸酉三月六日也 未到五晦 得竣 城山埈高 怡有形勝如此 而不得無癣舍營建則各自出財 各自幹牧同心始後 乃津其終 五月施役十月落成 豈非朝廷以德化育養之功哉 衆心所樂 殘局巨力 今旣告訖 寶有‘缺’護之築 別砲道利錢 一千五百兩 士林願助收來錢三千兩 鄕中判戶錢二千七百兩 府使添補錢一千七百兩 合錢八千九百兩 內三千兩 分給各里收納 軍需太一千石三百兩 亦爲分給各里受納 軍需太二百石五千六百兩 南城下畓 每斗落二十兩給價 合二百八十斗落買給 別砲以爲乇‘缺’ 城哉 粮士僅得備矣 守護之節次‘缺’有定式 而設力衆人酬勞無由故 建舍之人 監董之人 工匠之人 列錄姓名 剖刺‘缺’板 揭于衙樑膳戢冊子 藏于洛尿後 以花鄕之人 亦恢(恹)之仝匠之 人復至 子孫植處十護 以爲表獎永年督者

절도 해읍인 거제도는 반드시 험한 지형에 의지한다. 임진난 이후 급히 보전하려 성을 쌓았으나 고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탄식하고 한탄함이 여러 해가 되었다. 반드시 조정의 결정을 받들라고 각 도(道)에 매번 권하면서 새것과 헌것을 실낱으로 꿰매 입어라 한다. 다른 사람 밑으로 들어감을 남에게 행여 뒤질세라, 이 고을에는 이러쿵저러쿵 논란이 많고 축성을 원한다고도 한다. 비록 부사의 뜻이라 할지라도 준동하는 이가 없이 따랐다. 이제 민정(民丁백성)을 부르니 뜻밖에 수천 명에 이르러, 앞서기를 다투다 비로소 뒤따른다. 곧 계유년 1873년 3월 6일이었다. 다섯 달 그믐이 되기 전에 공사가 끝나게 되었고 산의 성(城)이 높이 솟았다. 이 같은 뛰어난 형승에 기뻤다. 그리고 옴이 없지는 않았으나 사영(舍營)을 건설하고 각자 스스로 재물을 내놓았다. 각기 스스로 우물 난간을 정하고 한마음으로 시작하여 그 후에 곧 마칠 수가 있었다. 5월 공사를 시작해 10월에 완성했다. 어찌 조정의 덕화(德化)로 길러진 공적이 아니겠는가? 여러 사람들의 즐거움인 바, 쇠잔한 판국에 큰 힘으로 이제야 일이 완성되었다. 서로 도와가며 성을 축성하는데 드는 비용, 지방군 별포군의 일로 남는 이익, 이전(利錢)이 1500냥 이고, 거제유림이 돕기를 원해 모아 온 돈이 3000 냥, 거제향소의 직원인 좌수 별감 등의 무리들이 합심해 모아 온 돈이 2700 냥, 거제부사가 보탠 돈 1700 냥, 합전(合錢) 8900 냥이었고 여기다 관청의 돈 3000 냥이 있었다. 관청에서 각 마을마다 나누어 분담한 군대에 필요한 물자가 크게 1000석 300냥 이었고, 각 마을에서 나누어 물건을 받아 놓은 바, 군대에 필요한 물자가 크게 200석 5600 냥이나 되었다. 남쪽 성 아래 논(畓), 매마지기로 준 돈이 20 냥, 합이 280 마지기를 사 놓았다. 특히 대포를 성안에 갖추길 부탁하고 선비의 양식도 겨우 준비하게 되었다. 지키고 보호하는 절차에는 일정한 방법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건설하는 능력은, 사유에 상관없이 노력에 보답하는 것이다. 집을 짓는 사람, 감독하는 사람, 기술자 등의 성명을 쭉 적어서 널빤지에 새겨 넣고, 책자에 적어 보관하고 관청의 들보에 게시하였다. 오줌 물도 감추듯 했다. 이로써 아름다운 마을의 사람들로 인하여 넉넉히 갖추어지고 기술자(장인)도 한마음 되니 사람들이 다시 와보고는, “자손들을 완전하게 지키고 의지할 수 있는 곳”이라 한다. 오랜 세월동안 감독한 자에게 표장(表獎)하게 하였다.

[주1] 동치(同治) : 중국 청나라 목종이 임금의 자리에 있을 때 붙인 연호. 서기 1862년부터 1874년까지이다.

[주2] 시험(恃險) : 험한 지형을 의지(依支)함.

[주3] 준동(蠢動) : 벌레 따위가 꿈적거린다는 뜻으로, 불순한 세력이나 보잘것없는 무리가 법석을 부리는 것.

[주4] 사영(舍營) : 숙영(宿營) 방법의 하나. 군대가 병영 이외의 건물을 이용하여 자고 쉬는 일.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