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족, 한 국가, 한 도시의 생명력은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유ㆍ무형 문화유산의 결과물이라는 말이 있다. 지역의 고유문화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면 그 지역의 미래 생명력은 점점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세계 조선산업 메카로 자리매김한 거제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고유의 역사를 간직하며 다양한 문화재를 남겼다.
현재 거제지역에는 국가지정 7개(명승 1, 사적 2, 천연기념물 2, 등록문화재 2), 도지정 문화재 37개 등 모두 44개의 문화재가 있고 아직 발굴되지 않거나 문화재 등록을 하지 못한 예도 많다.
이에 본지는 거제의 대표적인 문화유적과 명소 등 거제문화의 현주소를 직접 찾아 내 고장 문화와 역사를 독자들에게 소개해 거제시민의 애향과 자긍심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로 거제의 얼이 담긴 문화재 및 명소를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오량석조여래좌상 - 경남유형문화재 제48호

우리나라 불교의 역사와 문화의 뿌리는 어느 나라 못지않다. 그런 탓에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엔 그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거제와 가까운 지역의 예를 들면 ‘남해 - 보리암’ ‘합천 - 해인사’ ‘양산 - 통도사’ 같은 사찰들이다.

하지만 거제지역엔 거제를 대표한다 할 유서 깊은 전통사찰을 찾기 힘들다. 지역 내 100년 이상 보존돼 온 사찰이 드문 탓이다.

각종 문헌과 구전으로 전해 오는 신라 시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계룡산에 지었다는 원효암과 의상대는 현재 흔적조차 찾기 힘들고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하청면 유계리 앵산 중턱에 존재했다고 알려진 북사는 겨우 흔적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거제지역 불교문화의 흔적을 간직한 문화재 하나가 눈길을 끈다. ‘오량석조여래좌상’이다.
사등면 오량리 산73-1 신광사(神光寺) 내 인조 석굴에 있는 이 불상은 높이 92cm에 8조각의 연꽃 봉오리 좌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거제시지와 사등면지에 따르면 오량석조여래좌상은 1930년경 오량리 절골마을에 있던 현 신광사 아래쪽 논에서 괭이질 하던 농부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불상은 목이 부러져 있고 귀와 코, 손가락 부분은 훼손됐으며 불상의 하연좌대와 상연좌대만 발견되고 상ㆍ하 연좌대를 잇는 8각 좌대는 발견되지 않았다.

석불이 발견된 지 20여 년이 지난 1950년경 통영출신 유지 송 모 씨가 마을 주민들과 함께 석불을 안치할 법당과 불단을 건립하고 절 이름을 ‘석불암’이라 지었는데 이 과정엔 마을 주민들로부터 전해오는 유명한 일화 하나가 있다.

석불이 출토된 후 마을 주민들은 석불에 집안의 안녕과 태평을 기원했는데 석불의 영험한 기운 탓인지 마을 사람들의 기도가 모두 이뤄지자 통영의 안정사에서 소문을 듣고 석불을 옮겨가려 했다.

10여 리를 옮기던 도중 안정사 스님들은 휴식을 위해 쉬었다가 다시 불상을 옮기려 했지만 불상은 말 그대로 ‘돌부처’가 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후 불상은 ‘석불암’에 옮겨졌다가 지난 1972년 2월 동아대학교의 도움으로 고려시대 불상으로 확인한 뒤 문화재로 지정됐다.

석불의 생김새는 길지 않은 귀에 이마는 좁은 편인데 안면이 심하게 훼손돼 불상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다.

옷차림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우견편단(右肩偏袒)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오른손은 무릎 아래로 내리고 왼손은 손바닥을 펼쳐 무릎 위에 올려놓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고 있다. 왼팔은 신체와 붙어 있지만 오른팔은 가슴 옆구리와 떨어져 있다.

불상의 대좌(臺座)는 중대석을 잃어버려 새로 끼워 넣었으며 상대석은 위로 향한 연꽃문양이 새겨져 있고, 하대석은 아래로 드리운 연꽃문양이 새겨져 있는 통일신라 시대 특징인 연화 대좌 형식을 따르는 등 조각의 입체감은 비교적 잘 표현돼 있다.

하지만 하반신의 조각이 단순한 감이 있고 옷의 무늬가 형식화 된 점 등을 미뤄 고려시대 불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불상 양식을 반영한 고려시대 작품인 오량석조여래좌상은 거제지역에서 보기 힘든 큰 규모의 두리새김(윤곽을 살려서 특징적인 부분에 약간의 손질을 하는 조각 방법) 불상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다.
하지만 현재 오량석조여래좌상의 보존 상태는 그리 녹록치 않다. 신광사 측에 따르면 오량석조여래좌상은 거제사람보다 오히려 타 지역 사람들에 더 널리 알려져 꾸준히 방문객이 증가하고 있는데 오래전 지어진 불상의 보호각 시설은 비가 새는 등 열악한 상태다.

신광사 주지 석현스님은 “오량석조여래좌상은 창녕 관룡사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95호)과 양산 용화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91호)과 많이 닮아 있다”면서 “오량석조여래좌상을 단순히 거제지역 문화재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 데 그칠게 아니라 더욱 신중히 보호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게 하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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