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을 찾는 분들 중에 손발이 차다, 시리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경우를 한의학에서는 ‘수족냉증’이라고 한다. 신체의 다른 부위에 비해 손발의 체온이 떨어져 있거나, 춥다고 느낄만한 온도가 아닌데도 추위를 느껴 정상적인 생활이 곤란한 경우도 있다. 냉증은 자각적으로나 타각적으로 몸이 냉한 증상을 말한다.

냉증은 여성들에게서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손발이 얼음같이 차갑고 아랫배가 냉하며 무릎과 엉덩이가 시리거나 허리에 찬바람이 들어오는 듯이 차갑고 무거운 증상을 나타내며, 심한 경우는 한여름에도 두터운 겨울 내의를 겹겹이 입고 털모자를 쓰기도 하며, 겨울은 물론 여름철에도 남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손발이 심하게 찬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여성에게 냉증이 많은 것은 월경이나 임신, 출산과 같이 주기적으로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기 쉽고 남성보다 정신적 동요가 쉬워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쉽게 어지럽게 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한의학적 표현으로는 남자는 양에 속하므로 기가 쉽게 펴져 나가고 여자는 음에 속하므로 기가 잘 돌지 않고 뭉치기 쉽다고 했다.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대체로 감정이 다채롭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스트레스가 왔을 때 제때 해소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 두는 경향이 있으므로 기혈의 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이것은 생물학적 차이 외에도 사회문화적인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수족냉증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비위(소화기)가 찬 경우이다. 한의학에서는 비위가 수족을 주관한다고 본다.(‘脾主四末’) 비위가 힘이 없으면(‘脾氣虛’) 손발에 힘이 빠져서 움직이기 싫어하는 증상이 나타나고, 비위가 찬 사람들은 손발 또한 차게 된다. 비위가 찬 분들은 식사량이 많지 않고, 먹어도 소화가 잘 안되며, 찬 음식을 먹으면 배탈, 설사가 나기 쉽다. 또한 손의 엄지손가락 아래 두툼한 부분을 보면 푸른 빛깔이 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자궁이 좋지 않은 경우이다. 자궁의 운행이 좋지 않으면 위에 영향을 주게 되고 그게 다시 손발에 영향을 줘서 수족냉증이 오게 되는 것으로 본다. 자궁에 어혈이 있거나 원래 자궁이 차거나 각종 염증 등으로 냉이 있거나, 생리가 불순하고 생리통이 있는 분들은 자궁을 좋게 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이는 수족냉증 뿐만 아니라 난임 예방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의서에는 자궁이 차가우면 임신이 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되어 있다.

셋째 원래 양기가 부족하여 추위를 잘 타거나, 하루 종일 야외에서 일을 하거나 냉동실 또는 에어컨 아래에서 일하는 등 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는 분들은 수족냉증이 오기 쉽다.
넷째 스트레스로 인해 기운이 뭉쳐서 잘 돌지 않는 경우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기운이 전신에 잘 순환하지만, 고민을 하고 여러 생각에 빠지면 기운이 순환하지 않고 뭉치게 된다. 순환이 되지 않으므로 손발이나 얼굴이 붓는 경우가 잘 생기며 머리와 몸통의 통로인 목과 가슴에 문제가 잘 발생한다.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이 나오지도 않고 삼켜지지도 않으며, 가슴이 답답해서 한숨을 잘 쉬게 되는 증상들도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냉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는 생활습관의 개선과 응용도 필요하다. 평소 과도한 신체적 무리나 스트레스를 피하고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며 신경계통을 통제하여 열 조절을 해주는 비타민, 미네랄을 함유한 야채를 곁들인 고단백 식이를 하는 것이 좋다.
냉증의 예방과 치료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특히 복부를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니 평소 배꼽티나 미니스커트는 피하고 차고 음습한 곳에 앉지 말아야 한다. 아랫배에 쑥뜸을 떠주거나 따뜻한 찜질을 해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손발을 자주 비벼 열을 내주거나 틈나는 대로 경락을 따라 다리 안쪽을 장단지에서 허벅지까지 아래에서 위로 마사지 하거나 발바닥의 중앙에 있는 용천혈을 눌러준다. 또한 반신욕이나 각탕도 도움이 된다. 만약 이러한 생활요법으로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 적절한 한약처방을 복용하는 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