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포항에서 바라본 가조도. 옆으로 가조연륙교가 보인다.

가조도는 어떤 섬?

가조도(加助島)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에 딸린 두 번째의 큰 섬이다. 거제도 서북쪽에 위치하고 있고, 동쪽은 광이(廣耳) 바다를 끼고 있어 커다란 바다 호수를 이루며 북쪽은 진해만을 건너 마산 구산면인데 서쪽은 통영시 광도면 안정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가조도는 거제도 본섬의 사등면 성포항에서 바다 건너 620m 떨어져 있고, 면적은 587만1074㎡로 거제시의 유인도 10개 중 칠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섬 모양은 남북으로 길게 형성돼 있고 남쪽에는 ‘백석산’, 북쪽에는 ‘옥녀봉’이 넓게 그 자락을 펼치고 있다. 양쪽 산이 높고 중간의 창촌고개 목이 잘록하니 섬의 전체 모양이 장고(杖鼓)와 비슷하게 생겼다.

옥녀봉(331m)은 1915년의 세부 측량 때 지적의 기준으로 1자(尺)의 입방체로 만든 표석이 매설돼 있는 삼각점이 봉우리에 있다. 섬 남단부의 넓은 지역에는 서쪽에 신전마을이 있고 동쪽에 군령포가 있는데, 그 사이의 산을 백석산이라 한다.

▲ 가조출장소로 접어드는 길목 왼편에 조성된 노을이 물드는 언덕.

가조도가 남북으로 길게 자리잡아 서북풍을 막아주니 광이바다는 잔잔한 큰 호수를 형성하고 있고 호수 같은 바닷가에 창고가 있으니 1915년 6월 1일 세부측량과 법정 동리로 ‘창호리(倉湖里)’라 이름 지어졌다. 군령포 마을, 창외마을, 신전마을, 창촌마을, 실전마을, 유교마을, 신교마을, 계도마을이 있다.

섬 중앙부 잘록한 부분인 창촌목 서쪽에는 고려시대 말을 키우던 거제 가조도 목장에 딸린 창고가 있었던 창촌마을이 있고, 고개 너머 동쪽에는 밭이 많아 실전마을이라 불린다. 실전마을은 높은 옥녀봉이 2200m의 날개로 북서풍을 막아 주고 있어 천혜의 어항이다. 이곳에는 방파제와 선착장이 있어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 대구(大口) 어장의 기지이기도 했다. 1942년 4월 1일 창호초등학교가 설립됐고, 1987년 10월20일 창촌목에 사등면 가조도출장소가 설치됐다.

▲ 가조도 유일의 초등학교인 창호초등학교.

‘붉은 말’ 키우던 가조도

가조도가 우리 역사에 나타난 때는 고려시대다. 고려시대에 가조도목장을 설치했다는 첫 기록이 고려사에 나타나 있다. 가조도의 가조는 더할 가(加)와 도울 조(助)로, 보좌한다는 의미인데 거제도에 딸린 섬으로 거제도를 도우고 보좌해 유익함을 더한다는 의미다. 가좌(加佐)도로 불리기도 했는데 역시 본 섬을 돕고 보좌한다는 같은 의미로 풀이된다. 옛부터 방언으로 ‘가지매’섬으로 전래되고 있다.

고려 성종 2년(983)에 칠천도에는 검은 소를 기르고 가조도에는 붉은 거제도 말을 방목하는 목장을 설치했다. ‘가조도 목장은 궁중 수레와 말에 관한 관청의 소관으로 진주감목관이 관장했고, 궁중의 고관대작들이 타고 다니는 붉은 거제도 말을 방목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때 왜구의 침범으로 멀리 지리산 동북쪽 거창현의 속현인 가조현으로 가조도 주민들이 피난을 갔고, 조선 세종 4년(1422)에 돌아왔으니 151년 만의 귀향이었다고 한다.

▲ 취도에 뾰족 솟아있는 옛 일본군의 전승기념탑.

러일전쟁 당시는 일본해군이 함정의 야간사격 표적지로 가조도 북쪽에 있는 ‘취도(吹島, 일명 독수리섬)’를 활용해 취도의 상당 부분이 그때 사라졌고 현재는 바위섬 형태로 남아있다. 취도기념비는 일본의 진해해군사령부가 1935년 8월 23일 취도에 세운 것인데 인부 393명을 동원했다고 한다.

‘낙도개발사업’이 1970년대 들어 본격화하면서 1974년에서야 가조도에서도 드디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의 ‘8자형 회주도로’가 틀을 갖춘 것도 이맘때부터 30여년 동안 지속된 주민들의 적잖은 노고 덕분이다. 옥녀봉을 회주하는 서쪽 2km는 2004년 말 마무리되면서 회주도로 공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가조도와 거제도를 잇는 가조연륙교는 지난 2001년 1월 12일에 착공, 국·도비 포함 모두 598억원의 예산으로 길이 680m, 폭 13m, 왕복 2차선의 닐센아치교로 설계돼 지난 2009년 7월 13일 준공식이 열렸다.

고려 성종 2년(983), 가조도에 목장이 설치되고 사람이 살기 시작한지 1천여년 만에 외로운 낙도가 거제도와 이어져 서울까지도 반나절에 갈 수 있는 육지로 바뀐 것이다!

취도의 日해군 전승기념탑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해군은 러시아 발틱함대를 이겼다는 의미를 부각시켜 각종 공원이나 기념비를 건립했다. 가조도 부속섬이던 취도에 일본해군 전승기념탑이 세워진 것도 그래서다. 1935년 8월 25일 부산일보 기사에는 ‘취도는 진해만 서쪽에 위치한 작고 외로운 섬이다. 과거에 일본해군 동양함대가 당시 밤낮으로 맹훈련하던 곳이었다. 다가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내는데 촉매역할을 담당할 해군 용사들은 취도기념비를 보면서 죽을 때까지 싸운다는 필승다짐을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취도에는 약 50여평의 기념공원에 높이 4m, 둘레 2m쯤의 녹슨 포탄이 솟아 있다. 3000여평 안팎의 큰 섬인 취도는 1905년~1918년 사이 일제의 함포사격에 의해 80%가 사라져 버렸고, 기념비가 세워진 1935년까진 남은 섬 80%가 또 사라졌다. 지금의 취도는 원형 당시의 98%가 일본군의 포탄에 부숴져 버렸고, 단지 2%만 남아 ‘그 당시에 이런 섬이 있었다’는 걸 고요히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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