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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하나, 돌부리 하나에도 천년 역사 가득거제 최초, ‘문화재 번개 답사’ 이뤄진 둔덕 기성 현장


“안녕하세요? 내일 20일 둔덕면 둔덕기성 답사가 있습니다. 오시는 분이 몇 분이 되든 관계없이 둔덕기성 답사가 예정되어 있으니 시간되시는 분은 누구라도 오시면 됩니다”


기자는 지난 19일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궁금증을 안고 다음날인 20일 오후 2시 30분께 둔덕 기성(사적 509호, 둔덕면 거림리 산95번지)을 찾았다.

이날 기성에는 별도의 공지나 초대장 없이 SNS에 올린 글 몇 자와 소문만으로 성사된 문화재 답사 모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답사에는 둔덕 기성 인근 주민은 물론 멀리 대구에서까지 애써 찾아온 참가자까지 20여 명이 동참했다. 이른바 거제 최초의 ‘지역 문화재 번개(즉석모임) 답사’였다.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네이버 밴드) ‘거제도 칠백리 역사탐방 - 섬길’이라는 모임에서 시발된 이날 모임은 반대식 시의원이 계획했고, 거제지역 고전문화 연구가인 고영화 씨가 답사에 도움을 줬다.

참석자들은 고 씨의 안내에 따라 동문 쪽 입구에서 출발해 둔덕 기성의 성벽 위를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다.

기성 입구를 따라 왼쪽으로 걷던 중 처음으로 마주한 곳은 성의 남문 부근에 위치한 기성의 집수지 ‘연지’였다.

지난 2007년 발굴된 연지에선 토기, 청자접시, 기와, 청동그릇 파편, 화살촉, 멍에, 구유, 괭이 목제망치, 소뼈 등 천년 세월을 넘나드는 수백 여 점의 유물이 출토 됐다.

출토된 유물로 추정해 보면 연지는 7세기에서 15세기 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기성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둔덕면 주민에 따르면 연지에서 실을 풀어 넣으면 먼 괭이바다(하청면과 진해만 사이의 내해)까지 실이 풀린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단다.

연지 옆은 최근 (재)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에서 정밀발굴조사 한 흔적이 있다.

이곳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모두 3구역으로 나눠 정밀발굴조사를 벌여 1구역에서 석렬(石列)과 초석 기단의 일부를 발굴한 데 이어 2구역에서도 시기를 달리하는 건물지 7동과 석축렬(石築列) 1기를 발굴했다.

3구역에서는 삼국시대에 처음으로 축조ㆍ조성돼 고려시대까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축렬 1기와 고려시대 건물지 2동, 고려시대 건물지 하층에서 선행하는 시기의 건물지 흔적이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출토된 기와의 문양과 명문은 둔덕기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림리 출토유물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져 둔덕기성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남문방향에서 서문방향을 지나 성 북쪽으로 가는 탐방길은 기성에서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이다.

소나무숲과 무너진 성벽 너머 ‘견내량’이 펼쳐져 있다. 견내량은 ‘전하도’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의종(전하)이 기성으로 귀향길에 건넌 바다에서 유래된 지명이란다.

북쪽 성벽으로 향하던 중 고 씨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춰 헤치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 속에서는 어린아이 머리만한 몽돌이 여기저시에서 발견됐다.

고 씨는 “기성에는 공성전에 사용된 몽돌이 많은데, 아마도 크기나 모양으로 미뤄 일운면 망치 바닷가에서 가져 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성에는 토기편과 같은 유물도 소중하지만 거제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몽돌도 소중한 유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성 북쪽에 도착할 즈음 둔덕출신 김득수 전 거제시의회 의장이 시무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 참가자들 앞에 나섰다.

김 전 의장은 “이 심벙나무(시무나무)는 원래 중부지방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데, 둔덕에서도 기성 주변에만 자생하고 있어 아마 귀향길에 오른 의종이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성에서 가장 높은 지역인 북쪽 정상부 일대에 이르면 기성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이 나온다. 고 씨의 설명으론 조망권이 탁월해 요망대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성 북 쪽 정상부에 위치한 큰 바위는 재단으로 추정된단다.

참가자들은 성 북쪽을 탐방하고 다시 처음 출발했던 성의 동문지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현문식(성벽의 바깥에서 바라볼 때 凹 요철 모양)으로 고 씨의 설명으로는 기성의 모든 성문은 현문식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문지 부근에는 축성을 위해 바위를 쪼갠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탐방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저마다 기성 답사에 대한 의견과 느낌을 주고받았다. 그 중 답사를 진행했던 고 씨의 의견이 가장 인상 깊었다.

고 씨는 “거제지역에 복원 할 문화유산이 많지만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을 따져 볼 때 둔덕 기성의 복원과 관광화 사업이 가장 먼저 진행돼야 하며 둔덕 기성에서 발견된 유적의 문양이나 명문을 모티브로 한 이미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나뭇가지 하나, 돌부리 하나에도 천년 역사가 서려 있는 둔덕 기성을 답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날 거제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이란 기념품을 얻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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