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신 음식이 당기네. 단것이 먹고 싶네. 청양고추 넣고 매콤한 찌개 잘하는데 없나?’ 등의 음식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입이 쓰기도 하고, 단내가 풀풀 나기도 하고, 텁텁하기도 하고, 짠맛이 나기도 한다. 몸 상태에 따라 먹고 싶은 맛이 있고, 싫은 맛이 있다. ‘예전에는 신 김치를 그렇게 잘 먹더니 요즘은 통 먹지 않네’라는 말을 식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듣는다면 내 몸의 건강상태가 바뀌었다는 점을 체크해봐야 한다. 입맛도 변하는 것이다. 옛날보다 좋아졌거나 나빠진 점이 있을 것이다.

몸은 정밀한 센서가 있어 컨디션에 따라 당기는 것이 있고 별로인 것이 있다. 임신했을 때 새콤한 과일이 당기는 것은 태아의 건강을 위해 간에 많은 영양이 필요해서다. 생리 전에 단 음식이 당겨 커피에 평소보다 설탕을 2-3배 듬뿍 넣고 먹는 것은 긴장을 풀어주고 체력의 소모를 보충해 주기 위해서다. 갱년기에 평소 잘 먹지 않는 쓴 나물에 손이 가는 것도 얼굴, 전신에 후끈 달아오르는 열을 빼내기 위한 것이다. 학생들이 매운 양념치킨을 좋아하는 것은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자주 찾는 것이다. 남편이 요즘 자주 꿀물을 부탁하는 것은 회사에서 심적 압박을 많이 받고 업무 부담으로 마음이 조급해져 있기 때문이다. 피로도 많이 쌓여 여기저기 근육이 뭉치고 나른하여 꿀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서 저절로 당기는 것이다.

머리가 아프고, 후끈후끈 열이 나는 사람은 쓴 맛의 음식으로 열을 내려야 하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더 불편해진다. 머리가 쪼이듯 아픈 경우는 매운 음식으로 긴장된 신경, 혈관을 풀어주고, 혈액의 흐름을 빠르게 해줘야 하며, 신 음식을 먹으면 더 힘들다. 머리가 무겁고 무언가 붙어 있는 느낌이 있는 경우는 신맛을 먹어서 불필요한 독소를 없애야 하고, 단맛을 먹으면 묵직한 느낌이 많아진다. 머리가 시린 느낌이 들고 찬 바람 쐬면 더 아픈 사람은 매운 음식을 먹어 열을 발생시키고 순환을 좋게 해야 하며, 쓴 맛을 피해야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머리가 터질듯이 아픈 경우는 신맛을 먹어서 혈관의 지나친 팽창을 조절해 주고, 신경 흥분을 가라앉혀야 하고, 매운 맛을 먹으면 더 아파진다. 머리에 압이 차는 느낌이 계속 들면 죽염 같은 짠맛으로 기운을 아래로 빼주는 것이 좋고, 매운 음식은 좋지 않다.

신맛은 해독, 방부제 역할, 진통, 설사를 멎게 하는 작용(특히 매실)을 하고 식욕을 좋게 한다. 쓴 맛은 가래, 기침을 없애고 위도 튼튼하게 해주며 해열, 흥분을 가라앉히고, 소염제 역할을 하므로 몸에 염증이 자주 생기는 사람은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단맛은 피로를 회복 시켜주고, 체력을 보강해주며, 살을 찌게 하는데, 심장이 자주 두근거리며 빨리 뛰는 사람에게 좋다. 모든 해독제에는 단맛의 감초가 들어간다. 중금속, 농약중독,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해독에는 단맛이 탁월하다. 옛 어른들이 단호박에 감초, 대추를 넣고 푹 고아 먹는 것은 영양보충과 독소배출, 부기를 빼주는 탁월한 효과를 지혜롭게 활용한 것이다. 매운 맛은 열을 나게 하고 땀도 흠뻑 나게 하며, 피부를 촉촉이 해주고, 혈액 순환을 잘 되게 하며, 목에서 그렁그렁 가래소리가 나는 것을 없애주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짠 맛은 몸 안에 뭉쳐있는 지방 덩어리, 혹 불순물을 부드럽게 없애주고, 염분의 농도를 조절해서 물이 많이 당기게 한다.

우울한 사람에게는 기운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신맛이 좋지 않으므로 술을 마셔도 오미자주, 매실주 같은 것은 좋지 않고, 매운 음식을 먹어 바깥으로 기운을 발산시켜 주는 것이 좋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매운 음식을 먹으면 열을 더 받으므로 좋지 않고, 신맛의 음식으로 위로 치솟는 분노를 안으로 가라 앉혀야 한다. 흥분을 잘하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사람은 쓴맛의 음식으로 열을 내려야 하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좋지 않다. 성격이 조급한 사람은 단맛으로 편안하면서 충족된 느낌이 들게 해야 하고, 매운 음식은 더 급하게 한다. 성격이 물러 터져 답답한 사람은 쓴맛의 음식으로 긴장을 시켜야 하고 단맛은 주위 사람들의 속을 더 뒤집어 놓는다.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짠맛의 음식으로 긴장된 신경을 안정시켜야하며, 단맛의 음식으로 심장을 강하게 해주고, 매운 음식은 심장박동을 빨리 뛰게 하므로 좋지 않다. 해산물(특히 굴, 해삼)의 짠맛이 간도 맞고 몸에도 좋다. 몸이 자주 붓고 구토가 나는 사람은 짠맛 · 쓴 맛이 좋지 않고, 신맛 · 쓴맛이 좋다.

우리 조상들의 최고 지혜인 비빔밥은 다섯가지 맛을 가장 좋게 섭취하도록 하는 영양식이다. 인생의 쓴맛, 단맛, 짠맛, 매운맛, 신맛을 다 맛보고 달관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무슨 맛을 좋아할까? 단맛만 있는 것이 인생이 아니고, 그렇다고 쓴맛만 있는 것도 아니다. 맛 중의 최고의 맛은 담백한 맛이다. 사람도, 일도, 인생도 담백하게 살면 오랫동안 행복하고 건강할 것이라고 노자, 장자가 말씀했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현실이다.

달콤한 말솜씨에 넘어가고, 쓴 이야기는 자신에게 가장 좋은 약이 되는데도 듣지 않는 것이 사람들의 인지상정이다.「장자의 남화경」에 ‘좋고 싫어함이 다른 것은 그 사람의 마음 속의 생각이다’라고 말한다. 세월 따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 맛, 사람, 일, 취미, 운동도 달라지니 한쪽으로 치우치면 모두 병을 만든다. 겨울의 첫머리에 아름다운 단풍과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를 보면서 담백한 사람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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