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 도로에 넘쳐나는 차들을 보면 거제의 풍요로움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한편 그 와중에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다. 형광 방한복을 걸치고 붉게 빛나는 경광봉을 요란하게 휘두르는 교통경찰들이다. 특히 두꺼운 마스크에 가려진 의경들의 앳된 얼굴이 바라보는 운전자들로 하여금 모성애·부성애를 일으킨다.

수많은 차량에 둘러싸여 교통정리에 나서는 시간은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이다. 밤에서 낮으로, 낮에서 밤으로 변하는 하루 중 가장 추울 때다. 마스크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하얀 김이 자동차 불빛에 안개처럼 번져 바깥 추위를 짐작하게 한다.

지난 25일 저녁 디큐브 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만난 한 의경은 고향이 경남 밀양이라고 했다. 의경 복무기간이 일 년을 넘었지만 혹독한 겨울은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단다. 거제가 따듯하단 말은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조금 높다는 것일 뿐 오히려 차디찬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탓에 예닐곱 겹의 옷도 추위를 막지 못한다고 한다.

이날 만난 의경은 저녁 5시에 경찰서에서 나서 7시까지 근무를 선 뒤 초소에 집합해 식사하고 숙소로 복귀한다고 했다.

경찰 직원들은 주·야간으로 근무를 나누고 집에서 출퇴근한다. 경찰에 따르면 거제지역 교통사고가 지난해 비해 크게 늘었다.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강화했지만, 사고가 줄지 않아 해당 근무자들의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고 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근무시간을 늘렸다. 저녁 6시 반에 출근해야 할 야간 근무자가 러시아워가 시작되는 5시 전으로 출근을 앞당겼고, 주간 근무자 역시 퇴근을 미뤄 고생을 나누고 있다.

때때로 시민들이 힘을 빼놓기도 한다. 사고가 나면 단속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날아들고, 단속을 강화하면 벌금을 이용한 세수확보라며 속을 긁는다.

반대로 힘이 되기도 한다. 최근 블랙박스 영상 제보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신호위반을 비롯해 난폭운전, 급정거, 쓰레기 투기 등 상식을 벗어난 행위를 목격하면 그 영상을 국민신문고에 올리거나 거제경찰서에 직접 가져와 신고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경찰의 단속에서 벗어난 파렴치한 운전자들이 시민의 시선과 관심에선 도망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거제와 같이 경찰력이 부족한 여건에서 이 같은 시민 참여는 업무에 큰 도움이 되기에 경찰에서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포상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좀 더 안전한 거제가 되길 바란다면 이런 일에는 오지랖을 넓혀봄직하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