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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와 공존은 가능한가?강학도 /거제경실련 공동대표

최근 우리사회는 갑과 을의 문제로 홍역을 치른바 있다. 즉 갑의 횡포에 대한 을의 분노가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슈퍼 갑으로 대변되는 재벌 대기업과 그 하청관계에 놓인 대리점, 협력업체, 그리고 대기업 하청노동자의 비정규직문제까지 합해져서 그 불안은 더욱 증폭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거제 지역에서도 중곡동의 C편의점 대리점주의 자살과 관련하여 필자가 속한 거제경실련과 거제지역의 시민단체연대협의회, 창원참여연대, 상급단체인 중앙경실련과 중앙참여연대가 함께 나서서 이 문제를 수습하고자 불공정관행과 계약약관들을 시정하고자 한 바 있었다. 국회와 감사원, 검찰에 이의 수사를 의뢰하고 갑의 횡포를 근절시키고 을을 보호하는 국회차원에서의 제도적 장치인 입법을 요구하게 되었다.

또한 N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횡포와 영업소의 영업직원들의 폭언과 욕설파문으로 N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기도 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과정들을 보면서 우리사회 전반에 새로운 모델인 공존 가능한 사회 대안의 하나로 “ 윤리적 소비”, 혹은 “착한 소비”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위키백과 사전을 찾아보니 이 ‘윤리적 소비’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윤리적 소비‘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윤리적 가치판단에 의해 의식적인 선택을 하는 것 , 또는 윤리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러한 윤리적인 소비문제가 대두된 배경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현재 겪고 있는 전 지구적 위기상황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현재의 지구전체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의 심화와 제3세계와 개발도상국에서 횡행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의 파괴,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로 인한 이상기온현상, 다국적기업과 브랜드상품의 생산에 투입되어 일하는 제3세계노동자들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아동노동과 노동력착취, 오로지 인간의 탐욕과 배를 불리기 위해 가해지는 동물학대와 공장식 사육, 좋은 품질의 가죽을 얻기 위하여 산 채로 밍크나 사슴의 가죽을 벗기는 끔찍한 광경들은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한다. 멸종위기종이나 보호 동식물에 대한 탐욕적이고 불법적 남획으로 더 이상 국가 간, 사회의 순환과 자정에 의한 지속가능한 공존은 불가능해진 상태다.

이러한 자본과 시장만능주의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는 탐욕과 불균형, 환경파괴와 동물학대의 심화구조는 시장의 자정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두지 않았다. 이것이 자본주의, 자본의 맨얼굴이다.
이제 이를 바로잡을 주체는 어디에도 없다. 정치가? 무능한 정부가? 천만에, 이미 정부는 자본에 예속되었다.
이를 시정할 길이란 오직하나다. 구매하고 소비하는 다수의 소비주체들의 동맹에 의한 의식적 행동뿐이다.
바로 “착한 소비”와 “윤리적소비운동”이 대안이고 희망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컨대 철수와 영희가 마트나 백화점에 물건을 사러 갔다고 가정해 보자.

철수는 부지런히 필요한 상품을 고르고 골라서 이름 있는 브랜드상품이고, 또 인체에도 좋다고 적혀진 믿을 만하고 품질도 괜찮다고 생각한 달걀과 우유를 각 각 1만원씩, 2만원에 구입했다. 그리고 M사의 메이커 커피를 한 통에 2만원을 주고 샀다. 요모조모를 잘 따져서 누가 봐도 제품도 믿을만한 브랜드의 것으로 아주 알뜰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한 셈이다.

이에 반하여 영희는 어땠을까. 이름도 없고, 흙도 좀 묻은 것 같은 달걀과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제품의 우유를 철수보다 더 비싸게 각 1만2천원 씩 2만4천원에 샀다. 그리고 커피도 샀는데 이름도 브랜드도 없는 커피를 3천원이나 더 비싸게 2만3천원에 구입했다.지금까지의 우리의 소비패턴에서는 누가 봐도 이 둘을 비교해 볼 때 철수는 합리적으로 알뜰하게 구매한 소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반해서 영희는 좀 잘못된 비합리적인 구매를 했다고 단정할 것이다. 그런데 영희는 왜 이러한 구매를 했을까?

영희가 철수만큼 머리가 나쁘거나 덜 합리적이라서 그랬을까? 내용을 살펴보니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오히려 영희가 새로운 소비운동인 ‘윤리적소비’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영희가 구입한 달걀과 우유의 포장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우유는 방목한 젖소에서 짠 것이고, 달걀은 자연 속에서 방사하여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이라고 되어 있었다. 또한 커피는 제3세계의 원주민들이 대 자연 속에서 직접 제배하여 가공한 공정무역상품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영희의 소비방식에 주목해야한다. 영희의 소비야말로 윤리적 소비이고 착한 소비의 전형인 것이다. 똑같은 지역에서 생산한 상품이라도 누가 제배하고 어떻게 길러졌는지, 그리고 그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이들의 삶의 질이 윤택하고 가족이 생산의 보람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게 되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우리 인간은 많은 행위를 통해 사회적으로 상호 영향을?주고받는다. 적극적인 행위로는 투표, 납세가 있고, 소극적인 행위로는 아마도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모든 행동일 것이다. 그 중에서 소비자로서 행하는 구매행위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영향을 사회적으로 크게 미치고 있다.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 등 무조건 가격의 합리성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생산과 공정에서의 가치(과정)까지 생각하는 경향이 관심을 받고 있다.

1년에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커피는 대략 4천억 잔에 이른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그렇지만 그 중 99%는 대기업, 중간거래상 등 커피의 생산과 관련 없는 자들이 다 챙기고, 정작 커피 생산에 노력했던 농가는 불과 1%의 이윤만 챙길 뿐이라고 한다.
파키스탄의 어린이들은 하루에 단돈 500원만 받으며, 하루 12시간 이상 아디다스나 나이키 축구공을 만든다. 어린이들이 15만원 짜리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 매일 500원만 받고 12시간 혹사당하는 가슴 아픈 장면들을 상상해 보라.

이런 비인간적이고 아동노동력 착취로 이루어지는 우울한 모습은 “이제 그만”! 을 외치는 것이 바로 윤리적 소비의 개념이다.?불공정한 커피 무역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도 불사하고, 공정무역 순위가 높은 기업의 제품을 선호하는 변화된 모습들은 우리는 보여주어야 한다.
FIFA는 파키스탄 산 아동노동의 산물인 축구공을 축구경기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동명의 영화 덕분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며,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근절에 대해 국제적인 선언까지도 한 바 있다.

우리가 구입하는 상품의 뒤에는 제3세계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환경 파괴, 무분별한 동물 실험 등, 보이지 않는 문제점들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받은 영수증에는 기록되지 않은 이런 일들을 윤리적 소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윤리적 소비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되는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 유기농 원단과 같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상품을 포함하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가 윤리적 소비다. 재사용, 저탄소·저에너지 사용 제품, 동물 보호 제품 소비 등 친환경 소비를 포함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다.

사회 영역의 윤리적 소비는 생산자의 인권, 노동 환경 그리고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소비다. 새로 산 옷을 입은 후 나도 모르게 팔을 긁고 있다면 당신이 입은 옷의 섬유를 의심해 봐야할 것이다. 유행을 따라잡는 속도와 보기 좋은 색을 유지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색소가 사용되었을까? 윤리적 패션은 건강한 옷을 만든다. 유기농 코튼, 천연 염색 등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소재를 사용하여 당신의 피부를 건강하게 한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입는 청바지 한 벌을 제작하려면 29,000kg의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합성섬유로 만든 저가 의류는 이산화탄소, 다이옥신과 같은 유해물질을 만들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원산지 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들어 있다. 카카오를 수확하는 저개발국의 어린 아이들은 정작 달콤한 초콜릿을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 우리는 믿을 수 있을까? 공정무역은 오늘날의 세계 무역이 이처럼 불평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현재의 무역 구조는 원료를 만들고 생산하는 생산자보다 그것을 사들이고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선진국의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불공정한 힘의 관계에서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들은 더 높은 수익을 위해 더 값싼 원료와 노동력을 이용하려 하고, 결과적으로 저개발국의 생산자와 노동자는 세계 무역의 가장자리로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매일 매일의 식사는 안전한가? 먹거리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언제어디서나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지만 그 이면에는 환경 파괴, 건강하지 못한 식품, 유전자변이, 조작(TMO) 농촌의 몰락 등의 문제가 숨어 있는 것이다. 농산물이 바다를 건너오는 동안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빠른 재배를 위하여 뿌려지는 농약들은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그러나 로컬푸드는 친환경적인 순환 농법과 이동 거리의 감소로 환경에도 윤리적이다.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리를 좁혀 신뢰를 회복시키는 이 로컬 푸드는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식재료를, 생산자에게는 합리적인 이윤을, 환경에는 최소한의 부담을, 선물하게 한다.

그러나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유통 마진은 증가하고 생산자들의 수익은 감소하게 된다. 지난겨울 배추가격이 폭등하고도 산지 농민들은 울상을 지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는 바로 이러한 유통에도 일대 혁신이 뒤따르는 것이다. 더 많은 지역 생산자협동조합(생협)과 소비자 협동조합이 성장하고 발전되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협의 확대와 발전은 곧 윤리적 소비의 확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날마다 끊임없이 무엇을 소비하기 위해 지갑을 연다. 우리의 소비는 선택한 상품에 대한, 생산자에 대한, 기업에 대한 일종의 투표행위나 다름없다. 일상 속의 작은 선택, 우리의 소비가 곧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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