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의 기세도 어느덧 한풀이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환절기가 돌아왔다. 요즘은 하루 사이의 온도차가 10도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은 건강에 더 유의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던 경험이 있다면, ‘전요화단(纏腰火丹)’이라고도 부르는 ‘대상포진’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좋다.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아이에게 침입했을 때, 일부 아이는 수두의 증상이 나타나서 대개 2~3주 이내에 낫게 된다. 또 어떤 아이들은 바이러스가 침입해도 병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증상을 일으키든 일으키지 않든, 그 후에는 일종의 보균자의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에 어떤 원인으로 바이러스가 갑자기 힘을 얻어 불어나면 대상포진이라는 병이 된다.

주로 50~60대 중·장년층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나 다이어트, 불규칙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젊은 사람들에게서도 흔하게 발생된다.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2008년 대상포진 환자수가 41만7천명에서 2012년 57만3천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상포진은 연중 어느 때라도 나타나지만, 특히 신체 리듬이 깨지기 쉬운 환절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발병하는 일이 많다. 바이러스는 항상 면역력이 약할 때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이라는 말은 띠 모양으로 길쭉하게 물집이 생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신경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서 작은 물집이 무리지어서 올라오는 것이 특징이다. 몸통에 나타나는 것이 40%, 어깨에서 팔, 손에 걸쳐서 나는 것이 30%, 얼굴이나 머리에 나는 것이 15% 정도이다. 즉 상반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85%를 차지하는 셈이고, 하반신에 증상이 생기는 경우는 15%에 불과하다. 또, 몸의 한쪽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고, 양쪽에 나타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다.

대상포진의 발병 초기에는 감기에 걸린 것처럼 온몸이 으슬으슬 하고 몸살을 앓기도 한다. 하지만 감기증상과 다르게 몸이 가려운 느낌, 뻐근한 느낌이 들면서 피부에 수포가 생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포가 증가하고,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이 동반된다. 처음부터 물집이 올라오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주로 먼저 뻐근한 느낌이 3~4일 계속되다가 물집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몸이 결려서 파스를 붙였더니 파스 때문에 물집이 올라왔다’고 오해하고 계신 분들도 종종 보게 된다. 대상포진에서 동반되는 통증은 가벼운 정도로 지나가기도 하지만 양방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물집 자체는 생긴 지 4~6주 안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약간 따뜻한 물로 대상포진 발생 부위를 세척하고 식염수로 닦아주며, 전분가루를 풀어서 걸죽한 전분가루액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여 주면 가려움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한의원에서 치료할 때는 포진 발생 부위에 자락관법을 시행하여 사혈을 하거나, 봉독(벌침)을 시술하며, 용담사간탕이나 제습위령탕과 같은 한약 처방을 사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제거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며, 충분한 휴식과 영양상태의 개선이 함께 따라주어야 호전이 빠르게 된다.

젊은 사람들은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별로 없으나, 노인들인 경우는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많다. 60대는 대체로 1/3 정도의 사람에게 약간의 신경통이 남고, 70대의 경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신경통이 남는 것으로 나와 있다. 물론 그 중에는 대개 2~3개월, 길어도 반년 내지 1년쯤 지나면 신경통이 낫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운이 나쁜 사람은 몇 년 동안 남아서 몹시 고생하는 경우도 있다.

흔히 한 번 대상포진에 걸리면 재발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것은 틀린 말이다. 대상포진은 사람에 따라 자주 재발한다. 그러므로 한번 감염되었다 나았다고 하더라도 개인위생과 영양상태를 철저히 하여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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