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형.
오래전부터 거제시지를 한질 구입하겠다고 벼르다가 얼마전에 갖추게 되었습니다. 2002년 5월에 간행된 것인데 늦어도 한참 늦었지요. 이듬해 병마로 쓰려져 허송세월 보내다 보니 이제사 거제시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인에도 판매한다기에 판형이 대중적인줄 알았더니 태산준령보다 더 웅장한(?) 판형이어서 그만 질렸습니다. 장과 절도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이런 책을 대중에게 판매하려한 발상(?)이 너무 돋보이더군요. 들기도 힘들고 펼치기도 힘들고, 아주 특별한 시지를 구매했습니다.

저는 거제역사나 경제, 행정 분야는 문외한이라 주마간산격으로 훑어 보았습니다. 이 분야의 오류는 어느 분이 거제도 이야기 카페에 올려 놓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문화일반적인 것만 대충 펼쳐 보았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등재되어야 할 부문은 없고, 사찰 같은 경우는 검증되지 않은 점집까지 기재된 것을 보고 편찬위원들의 식견이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편찬위원의 이름이 없더군요. 유명무실한 것인지, 아니면 혼자서 만든 것인지. 불현듯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생각나네요. 앞에 것은 사대주의에 함몰되었고 뒤에 것은 승려가 편찬하여 불교용어가 책갈피마다 끼어있어 불교 서적이란 비판도 받고 있지요. 훼예포폄(毁譽褒貶)의 필주(筆誅)란 말이 생각납니다.

아무튼 문화면을 보니 등재되어야 할 인물은 빠져있고, 이를 테면 소설가 손영목, 시조시인 이성보, 그리고 오페라 연출가 양수화, 이런 분들의 기재가 없더군요. 이들의 함량이 경남도 문화상 받은 분보다 못한지, 부록으로 거제인명사전이라도 첨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거제출신 유명인사가 각 분야에 참 많은 걸로 아는데.

그리고 문학단체의 등재에 있어서 거경문학회가 빠졌던데, 해마다 거경문학을 발간하여 이 당시만 해도 10여년 동안(현재 23년, 거제문학 23집 발행) 거제요로에 배포하고 있었습니다. 문단에서도 이 단체를 무척 부러워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한 지역을 안태본으로 한 문학회로 20년 넘게 꾸준히 동인지를 발간하고 있는 단체로 유일하니까요. 그만큼 거제인의 긍지를 심어주고 있는데...

ㅇ형.
제가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거제시의 문화지수의 한 척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거제시에는 ‘문화과’라는 게 없더군요. 그러니 문화 정책 입안자가 없겠죠. 민선시장 어느 누구도 이 문제를 간과했다는 것입니다. 천박한 도시건설에 매몰되었고, 문화라는 아젠다 자체가 귀찮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중앙정부는 문화 융성의 세기라고 문화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는데 거제시는 마이동풍인 것같습니다. 그러니까 출판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전횡을 하여 세상에 아주 귀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모범적인 시지(?)가 탄생해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겠죠.

다음으로는 거제문화예술재단이 출범한 10여년이 되었는데 이 재단이 한 일이 무엇이 있습니까. 문제는 문화예술관장 자리가 시장의 전리품이란 것입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해바라기성의 자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니 스텝으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할 수있는 전문가가 그곳에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의 업그레이드 문제라도 첨삭한 적이 있던가. 예를 들면 소설 거제도를 영화화해서 유적공원 관람객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나, 아니면 이것을 뮤지컬이나 드라마로 만드는 작업 같은 것입니다. 이것이 현실화 된 후의 유적공원의 관람객을 상상이나 해 본적이 있는가. 그러니까 이 문제는 재단이 입안하고 시와 의회가 지원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하겠지요. 이런 것이 살아있는 콘덴츠 개발인 것입니다.

ㅇ형.
지난 세기부터 금세기는 문화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라고 했고, 1+1은 2가 되는 서양문화는 지고 1+1은 무한대인 동양문화 즉 유교(주역, 성리학)의 시대란 것을 세계 석학들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화의 꺼리를 찾아내는 전문가가 그곳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티켓이나 팔고, 넓은 객석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관광 운운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시장의 문화지수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거제시의회의 문화지수도 참 답답합니다. 시의회가 문화분야의 아젠다로 세미나나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ㅇ형.
얼마전 한국문인협회 거제지부(통칭 거제문인협회:회장 양재성)가 개최한 전쟁문학 세미나에 작심하고 참석했습니다. 올해가 9회째이더군요.
이 자리에서 거제시에서 그리고 거제시의회에서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더군요. 이 세미나는 동두천문인협회와 함께 연 것인데. 동두천에서 이 세미나를 개최한 어느 해인가 참석했는데 시장도 오고, 시의회의장도 왔던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거제시와 거제시의회는 깜깜한 밤이더군요.
아마 전쟁문학 세미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작품일 것입니다. 이럼에도 먼나라의 풀꽃인 것입니다. 이날은 재향군인회 거제지부도 참여하여 거제시 초중고등학교 글짓기 대회도 개최하는 등 큰 행사더군요. 이럼에도 행사를 취재하는 신문기자 한 명 안보이더군요.

거제시에 신문사가 17개가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신문 포함해서인데 가히 신문 천국입니다.
그렇다면 이 신문사들이 무엇을 취재하는가가 궁금합니다. 지역신문으로서 특화된 신문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천편일률적이더군요.
물론 어느 신문에도 이 세미나 기사는 없었겠죠(?). 작은 수필단체가 개최한 정목일의 수필관련 세미나 기사는 여타 신문에 보이더군요. 유일하게 새거제신문에 전쟁문학 세미나 기사가 났던데 차라리 게재하지 않았으면 더 좋을 뻔 했습니다.

발로 쓰는 현장취재가 아닌 혼 빠진 기사, 아무리 많이 쏟아 내 보았자 짜라시 수준 밖에 더 되겠습니까. 행사 사진 한 장도 없는, 그러니까 산 기사가 아니라 죽은 기사를 만들었으니...

ㅇ형.
어중개비란 말이 있죠. 거제시에 이렇게 신문이 많으면 '꼬시래기 제살 뜯어먹는 현실'인데 신문사 운영이 되겠습니까. 거제에 지역 신문이 처음 태동한 것은 80년대 장승포에서 김경언씨가 발행하던 거제신문이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엄청 반가웠지요. 그러나 지금은 신문공해 현상입니다. 영구직장도 아니고 기자는 단명에 끝나는 현실일텐데, 물론 운영도 제대로 안되니 월급이란 게 뻔하겠죠. 이런 현실인데 또 신문이 태어난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이 현실도 참 안타깝습니다. 혼이 빠진 이런 현실을 만든 것은 바꾸어 말하면 좋은 환경을 구축하지 못한 이 바닥의 선배들의 몫이겠지요. 모르긴해도 지역의 기업체들은 광고 때문에 몸살을 앓는 경우도 다반사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중개비의 양산은 너무나 서글픈 현실입니다. 기자란 자긍심도 무너지는 것입니다.기자가 기자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이 아노미 현상도 거제문화의 한 단면이겠죠. 이 바닥이 스스로 자정의 전환점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집중과 선택 말입니다. 사실 신문기자라면 그 사회의 거울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면 누가 그들에게 신뢰를 보내겠습니까.

ㅇ형.
문제는 거제시 문화현상은 너무척박하다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통영시를 벤치마킹하는 자세라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시립박물관도 없고, 그러니까 시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단체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시에는 대부분 이런 단체들이 있던데, 민선시장 4명이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를 하나같이 간과한 것이죠. 해서 다음 시장은 문화지수가 높은 인사였으면 합니다. 시계추가 서양에서 동양으로 회귀하는 이 시대적 트랜드를 잘 읽어내는 인사를 선출해야 하는 함의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온갖 사물을 마주할 때마다 거기서 변화할 꼬투리를 스스로 찾아내 남달리 살피고 남달리 새기고, 남달리 헤아리고, 남달리 따지는 그런 시장이 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인문학적인 소양이 풍부한 시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IT 세상에서는 더욱 그런 것입니다. 문화마당을 펼치고 문화가 시정 곳곳에 흐르게 하는 그런 인사, 여태까지의 시장은 하다 못해 시립 박물관 하나도 건립 못한 이 현실을 우리는 곱씹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시정에 문화적인 아젠다가 설정되고 문화정책을 입안할 수 있는, 바꾸어 말하면 '문화정책과'를 신설하고 문화 콘텐츠를 개발할 수있는 인재를 양성할 줄 아는 인사가 시장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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