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계(利害關係)가 복잡하게 얽힌 일을 다룰 땐 심사숙고(深思熟考)해야 한다. 그런 내용이 담긴 계획을 새로 내놓을 때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혜택을 받는 이가 전체 구성원의 일부에 그친다면 아예 안 하는 것만 못하단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다. 말하자면 형평성 논리다. 이게 어긋나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시비(是非)가 일고,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는’ 논란(論難)을 부른다.

거제시가 최근에 얽힌 여러 사안도 따지고 보면 여기서 비롯된 거나 마찬가지다. 특혜 논란에 휘말린 ‘300만 원대 서민아파트’, 시민단체 쪽 고발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현대산업개발 행정처분 경감(입찰 참가자격 제한 5개월→1개월)’ 등이 대표적이다. 행정은 연거푸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는데, 밖에선 자꾸 “아니올시다!”라고 아우성이다.

우리 동네에서 시끄러운 게 어디 이뿐인가. 얼마 전엔 한 조선소 협력업체 기숙사를 짓는 계획을 두고 일부에서 ‘특혜’라고 따지고 들자, 행정이 곧바로 ‘적법하다’고 반박하고 나서는 등 여기저기서 ‘민관(民官) 국지전(局地戰)’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처한 이해관계가 다른 까닭에 사안을 보는 시각도 극(極)을 달리는 셈이다.

다음 달엔 이런 술렁거림과 소란이 ‘전면전(全面戰)’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2020년 거제도시기본계획 재정비(안)’을 두고서다. 거제시는 며칠 전 이와 관련해 오는 9월 13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공청회를 연다고 알렸다. 이 재정비(안)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는데, 여객터미널과 군부대 이전 등 이른바 ‘뜨거운 감자’를 여러 개 품고 있는 걸로 알려진다. 하나같이 시비와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이다.

객관적이고 뚜렷한 기준 없이 ‘여긴 되고, 저긴 안 되는’ 식으로 바꾸는 거라면 다시금 다툼을 부를 게 뻔하다. 무조건 ‘여기가 맞다’거나 ‘이곳은 안 된다’고 주장해서도 ‘답’이 없긴 매한가지다. 권민호 시장 취임 후 내도록 공들여 다듬은 도시기본계획인데 이러기야 하겠느냐마는 어떤 결과물이 나오든 ‘후폭풍’은 만만찮을 걸로 보인다.

단언컨대 그럴싸한 명분에 정치 논리를 버무린 도시기본계획은 ‘기득권의, 기득권에 의한, 기득권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자 개악(改惡·고치어 도리어 나빠지게 함)일 뿐이다. ‘나라 법’이든, ‘동네 법’이든 그 잣대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법 앞에 평등’은 사실상 그럴 때만 붙일 수 있는 ‘제한적 수식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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