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 갔을 때 가이드는 유독 그들의 수방정책에 대해 열을 올렸다. 그중에는 내가 이미 익혀서 알고 있는 것도 있었지만 짜증스럽지는 않았다. 전국토의 20%가 해수면 밑에 있고, 인구의 21%가 해수면 아래에 거주하고 있다는 정도의 지식 외에는 그리 신통한 것이 내게는 없기도 했지만, 그보다 가이드가 늘어놓는 내용이 새롭고 참신한 것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내게 가장 와 닿은 것은 그들의 교육이었다. 전 세계의 아동 중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라고 한다. 도대체 그들의 교육정책이 어떠하기에 그렇게 만족할 수 있었을까? 나는 가이드의 설명에서 답을 얻는다. 그들만의 차별화된 교육. 네덜란드에서 살려면 꼭 필요한 그들만의 독창적인 교육이 아동들에게 만족을 준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들이 처한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을 그들은 하고 있다. 전국토의 반이 해발 1m 이내에 있기에 그에 대비한 그들만의 교육은 적절했던 것이다. 몇 예를 들면 우선 수영 교육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수영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6년을 마칠 때까지 수영 디플로마를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다. 이렇게 수영교육을 시킴으로써 유사시에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교육이다. 이런 수영 교육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네덜란드만의 환경 조건에 맞춘 교육목표다.

라인강의 상류지방에 내렸던 눈의 융설과 강우량 증가로 홍수가 자주 일어나서, 1953년에는 일천 팔백여 명이 죽었고, 1993년과 1995년에는 홍수로 라인강과 인근지역의 황폐화로 2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적이 있는 네덜란드로서는 당연한 교육임이 틀림없다.
또한 그들은 어린아이들에게 땅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자연에 가까이 가는 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실내에서 교과서에 의한 교육활동보다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의 기회가 훨씬 더 많이 주어진다. 이런 교육방법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겠는가. 네덜란드에만 있는 독창적인 교육방법이라 하겠다.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어떠한가를 먼저 파악하고 그 환경에 맞는 최선의 교육을 선택하고 있는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오늘과 같은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서양의 평화롭고 안이한 교육방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서 서양의 교육을 안이한 것으로 표현한 데 대해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현실에서는 안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열악한 현실로 보면 안이하다는 생각이다. 그들은 이웃 나라의 침략 위협을 받지 않고 있으며, 언제나 평화로운 터전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지 모르나 우리는 다른 처지다. 지구상에 단 하나 남은 분단국가이고, 이웃 나라들이 이데올로기로 대치되어 있으며, 지정학적으로도 대륙과 해양의 접합지점이라 국토 분쟁이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지정학적인 우리의 조건을 부정적인 방향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만 현실은 그렇다.

이런 상황에 놓인 처지에서 우리는 우리의 현실에 최적의 교육 정책을 쓰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최적이라는 판단보다는 안이한 방법으로 서구 교육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영어 교육에 모든 정열을 쏟는 교육 현실만 보아도 그렇다.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에서 보면 우리의 정열은 지나친 것이고, 덜 중요한 것이다. 글로벌시대에 세계로 나아가려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전담하는 사람을 양성해서 번역서를 내고 그것을 토대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그리고 요즈음 아이돌 문화와 오락성 문화에 심취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소망하는 애국심은 결코 얻어내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제 나라의 운명이 어떠한지도 모르는 백성을 양성할 수는 없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최적의 교육 방법은 역사 교육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우리의 교육이 제대로 설 수 있다. 대입시가 국가의 교육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나라에서는 당연히 대입에도 반영해야 한다.

더러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 중에는 한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의 욕심이라 하는데 이는 지나치게 과민한 생각이다. 다른 이의 생각을 인간적 모독으로 행동에 불편을 줘서는 안 된다. 또 사회과목의 교육목표가 ‘바람직한 시민 양성’인데 역사 과목만 필수로 강화하면 이 틀이 무너진다는 의견도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국어와 국사 과목은 따로 ‘한국학’으로 분류했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네덜란드가 자기 나라의 현실에 맞는 교육정책을 세움으로써 아동들의 행복지수를 제일로 높였듯이, 우리도 우리의 상황 현실에 맞는 교육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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