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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란 무엇인가?지찬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일류 역사에서 ‘정의’를 뜻하는 말들은 유럽 여러 나라들의 언어적인 차이와 함께 역사적으로 사회제도와 함께 성장해 왔다. 정의와 관련된 라틴어 문화권에서 ‘justice’, ‘virtue’, ‘right’, ‘fair’ 등 사회적 미덕과 관련된 표현이 많고, 한자문화권에서 개인과 우주를 관통하는 올바름과 인격과 관련된 표현들이 많다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의는 나와 너 사이에 올바름과 그름의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John Rawls)는 “정의는 사회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이는 진리가 우리의 사고체계에서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라고 정의의 중요성을 진리와 비교해 강조하고 있다.

갑자기 신문지면의 칼럼에 정의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먹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 현대산업개발 사태와 관련된 거제시의 행정조사, 시민단체의 공개질의와 고발, 감사청구 등이 모두 정의에 관련된 논란이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이란 법인이 거제시에 요청한 행정처분 경감민원에 대해 거제시장이 4년 전의 행정처분을 철회하고 입찰참가자격제한을 1개월로 경감 처분한 것이 올바른 결정인지, 사회정의를 훼손한 것은 아닌지, 경제적 이익에 관해서는 예외를 두어야 하는 것인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이와 관련된 결정은 이제 검찰청과 감사원의 결정에 따르게 되었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5월 중순 거제시의 행정처분경감에 대한 재심의 과정에서 등장한 ‘실익’이란 말은 어느새 거제시장을 비롯해 부시장, 관련부처 공무원, 계약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한 단어이다. 그 결과 ‘사회적 정의’는 거제시에 경제적 이득이 되는 결정과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의 대립처럼 비쳐졌고, 거제시에 직간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실익과 사회정의 중에서 돈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형사처벌을 받은 부정행위에 대한 정당한 처벌도 돈이 안 되면 다시 심의해 돈이 되도록 해야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과연 경제적인 이해관계만으로 모든 사회적 관계의 올바름과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올바를까?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나 개인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내려진 처벌을 돈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사회가 정의로운가? 경제적인 득실로 사회제도와 인간관계를 판단한다면, 돈이 생기지 않는 결정들은 고려할 필요도 없는 것일까? 끝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이 질문들은 한결같이 “부정행위를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가”와 같이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점에서 애초 현대산업개발 사태의 발단이 된 행정처분의 철회나 취소, 변경에 관한 법적 정당성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사회정의에 대한 논란이 된 것이다. 지금 당장의 경제적 ‘실익’을 위해 우리가 의지하고 살아야 할 사회제도와 정의를 훼손하는 것의 실익을 시민단체 회의에서 공론화했고, 그 결정은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2인과 거제시장을 ‘뇌물’로 고발하는 것이었다. 그 조사결과와 법적 처분에 따라 우리사회의 공정성과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답은 검찰청과 감사원의 조사결과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우리가 선출한 공직자가 공정성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돈을 우선시했다는 사실만큼은 바꾸기 힘들 것이다.

최근 원전비리, 국책공사담합, 부정청탁 등 부정과 부패로 공정한 사회제도를 훼손하는 위법행위를 지켜보면서 돈으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용인하는 사회에서 과연 정상적인 경제행위마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었다. 부정행위를 징벌적 배상제도와 엄격한 법적 기준으로 다스리는 선진국의 ‘정의로움’이 우리보다 풍요로운 사회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공공의 법질서와 공정성과 같은 큰 가치를 지킴으로써 보다 큰 이익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에 사회정의를 ‘실익’이나 ‘공정성’과 거래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1960년대 ‘공유재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에서 지적되었던 얘기이다. 공유재의 성격을 띤 재화, 사회적 가치, 제도 등의 훼손행위로 인해 이익은 개인이 챙기지만 피해는 1/N로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개인 때문임을 밝힌 개런 하딘의 지적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거제시장이,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들이 나름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분명하다. 단지 그 합리적인 결정이 공정한 사회제도를 통해 공공의 부(common wealth)를 만드는데 있어 올바른 결정인지, 앞으로의 세대들도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현대산업개발 사태는 특정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위해 공공기관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버린 사건이며, 특정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업의 이름으로 공정한 경제활동을 훼손한 사건이다. 롤스가 사회정의와 권리에 대해 정치적으로 거래할 수도 사회적 이익을 계산해서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고 지적한 것이 옳다면, 이번 현대산업개발 사태와 관련해 개인적인 양심을 떠나 정의를 외면하고 경제적 실익을 택한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정치적인 거래나 이해관계로 공적 가치를 훼손한 것이 드러난다면 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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