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거제지역에 순수 국악으로만 꾸며진 무대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또 거제지역에 국악의 매력을 알리기 위한 공연이라는 점에서도 이번 공연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아직은 국악이 거제지역에 자리매김하지 못한 탓에 중간 중간 빈자리도 더러 있었지만, 거제지역에 국악을 알리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갔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 이가 있다.

거제국악원 원장이자 우리소리예술단 단장인 이인순(여,58) 중요 무형문화제 57호 전수자다.

중요 무형문화제 57호는 경기민요로 서울·경기 지방에 전승돼 오는 민요 중 12좌창(12가지 민요를 앉아서 부르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충북 영동 출신인 그녀는 지난 1984년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거제에 정착해 10여 년 전부터 국악에 관심을 두고 경기민요 명창 이춘희 선생에게 경기민요를 배웠다.

그녀는 경기민요가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한을 압축(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요의 뿌리가 없는 거제지역에서 대중성 있고 부르기 쉬운 경기민요를 전파하는 것이 국악을 살리는 길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그녀는 전국국악경연에서도 수차례 수상한 이력도 있지만, 국악전문인으로 민요 1급, 사물놀이 1급 자격증을 취득, 한국전통예술원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아 각종 국악대회 심사위원 자격까지 갖췄다.

그녀는 무형문화재 전수자가 되기 위해 타 지역까지 발품을 팔아 소리를 배우는 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전수자가 된 그녀는 2010년부터 후학 양성에 힘쓰기 시작했다. 현대 문화는 오늘도 생기고 있고 또 미래에도 생기지만 전통문화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지켜온 우리의 유산이기에, 또 그 문화를 전수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녀가 후학 양성에 쏟는 노력이 남다르다.

하지만 국악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제지역에서 국악을 전파하는 일이 마냥 쉽지는 않았다.
특히 경기민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경상도에서 하필이면 경기민요를 전파하려 하느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상도민요는 따로 없다. 민요는 전라도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한 남도민요와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기민요로 나뉘고 경상도 지방의 일부 토속민요도 경기민요에 흡수됐기 때문에 지역색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녀는 국악의 뿌리 자체가 없는 거제지역에서 국악을 알리고 배우기 위해선 경기민요가 제격이라고 주장한다. 악보가 따로 없고 전수로만 이뤄지는 국악의 특성상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경기민요이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의 지도로 거제국악원, 여성회관, 옥포복지관 등에서 50여 명의 제자가 국악을 배우기 위해 찾고 있다.

그녀는 국악을 알리기 위해 봉사활동까지 나서고 있다. 특별히 국악을 알리기 위한 무대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국악을 아이들 보다는 어른들의 문화에 가깝고 공연을 보는 어르신들이 즐거워 하기 때문에 매년 40회 ~ 60회 정도 어르신들을 위한 소리공연 봉사에 나서고 있다.

그녀는 “거제시민 스스로 잊혀져 가는 문화에 관심을 갖고 늘 가까이 다가서려 노력하는 것이 사라져가는 우리의 소리와 가락을 지키는 것”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국악전파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앞으로 거제지역 많은 사람에게 국악을 알리기 위해서 열린 공간이 마련돼 거제에도 하루빨리 국악을 이해하고 지키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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