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금열(1949 거제면 서상리)

배따라 나간 바다가
파도따라 돌아오면
끝인 듯 구름인 듯
섬들은 멀고
섬들은 가깝고
영문 모를 소라는 몸살 나서 뒹굴고
몸살 난 바다도 밀리고
밤은 밤을 타고 넘어
백야(白夜)가 되고
나는 뻐꾸기 되고
밤에 우는
봄 뻐꾸기 되고

백야란 해가 지지 않는 극지방 여름의 밤을 말한다. 아득한 고향과 어린 시절의 서정을 백야라는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제목과 분위기로 화자 혼자 독백인 듯 고백인 듯 읊조리고 있다.
자연의 모체인 바다가 배따라 나가고 파도따라 돌아온다고 천연덕스레 시작한 것이 더욱더 아득한 환상을 만들어 낸다. 멀고 가까운 섬들은 굳이 무슨 사족이 필요할 것인가? 간결한 반복형의 두 행이 많은 상상력으로 그리움을 돋운다.

반복과 점층법으로 나아가는 대구가 실로 묘미인 시인의 시에서 ‘뒹구는 영문 모를 소라’의 존재는 자주 발견되는 현상이다. 옛시절의 동화 같은 시라도 이렇게 현시대의 풍파가 스며들었을 수도 있고, 시인의 어린 시절에 이미 풍운을 예감하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목하여야 할 부분은 과거형의 시제가 아니며, 종결형의 서술부가 없다. 되고, 되고, 뻐꾸기 되어서 밤에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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