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부양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마지막 세대!
자식들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

최근 어느 언론에서 4050세대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40대 초반에서 50대 말까지는 연령적으로 20세 가까운 차이가 날 수 있어 모두를 포함하여 공감대를 얻기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필자와 비슷한 40대 후반의 나이가 위아래 세대의 경험들을 다소나마 체험한 나이라고 생각해 감히 이 글을 쓴다.

주로 50년대 말부터 60년대 말 사이에 태어나 길게는 6.25전쟁 직후의 가난을 몸으로 버텼고, 청소년기에는 새마을운동에 동원되기도하고, 까까머리와 단발머리, 교련복을 입었던 세대! 십리가 넘는 산길을 걷거나 도선(導船)을 타고 차디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학교를 다닌 세대! -바로 4050세대다.

우리 지역의 4050세대라고 다르지 않다. 조선소 일자리를 따라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거제라는 낯선 섬으로 들어와 30여년을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 같은 시기 돈이 없어 대도시로의 유학이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부모님과 함께 논밭을 일구고, 바닷길을 새벽부터 달려온 사람들!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하여 이제 지역공무(公務)의 중추를 담당하는 사람들! 조금씩 모은 돈으로 작지만 옷집과 식당을 차려 ‘아무개 사장님’이라고 서로를 불러주는 사람들!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서 또는 태평양의 원양어선에서 미래의 행복을 꿈꾸며 고향에 돌아갈 날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사람들이 우리 거제의 4050세대의 초상(肖像)이다.

그러나, 서두(序頭)에 쓴 것과 같이 4050세대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우선 금전적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다. 자녀들의 교육비는 감당하기 힘든 등록금과 사교육비의 현실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이웃이나 직장동료의 부모님 칠순, 팔순 잔치의 하객으로, 지인들의 장례식에는 조문객으로, 직장후배들의 자녀 돌잔치까지 챙겨야하는 부담도 피하기 힘들다.

때로는 중간 정산한 퇴직금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했다 낭패를 보기도하고, 지인들의 대출에 보증을 했다가 재산압류를 당하기도 한다. 나아가 자녀들의 혼례에 들어갈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을 빚으로 감당하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작 자신들의 노후대비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나가야 할 돈도 모자라는 마당에 노후를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고민이다.

연금도 들고 보험도 들어보지만 불안하고 부족하다. 이런 저런 명목의 세금을 낼 때마다 국가를 원망하기도 한다. ‘국가가 나에게 해 준 게 뭐 있다고...’라는 푸념에 그치고 말지만.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직장에서의 일은 여전히 힘들고, 퇴직의 압박에 시달리는 것도 현실이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 스트레스는 결국 수 많은 4050세대를 과로사(死)와 돌연사(死)로 몰아갔다. “본인 부고(訃告) 아니면 호상(好喪)이지...”라는 씁쓸한 말이 가슴에 와 닿기도 한다.

경제적으로는 산업화의 역군!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이룬 세대라는 거창한 평가가 자랑스럽기보다는 오히려 씁쓸하다.

오늘도 힘든 하루 일을 마치고 어느 뒷골목 술집에서 값싼 안주와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긴 한숨을 내뱉는 4050세대들! 이것 또한 우리세대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이자. 그래도 우리 자식세대와 그 후의 미래세대에게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자!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은 현재의 우리의 땀과 고뇌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자부심도 가슴 한 곳에 간직하며 살아가자!

힘내자! 4050세대여!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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