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둔덕중학교에서는 이색적인 교장 취임식이 열렸다. 2013학년도 입학식과 함께 열린 이날 행사는 신임교장의 시집 출판기념회도 함께 열린 것.

둔덕중학교는 지난 1965년에 개교 이레 반세기 동안 5758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지역 교육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한 때 전교생이 12학급에 800명에 가까웠지만 현재 5학급 105명에 불과한 시골 중학교로 학교운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곽상철 교장(56)은 이전까지 둔덕중학교에 재임했던 전임 교장들에 비해 어깨가 더 무겁다. 그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다.

곽 교장은 둔덕중학교 6회 졸업생이자 모교출신 첫 교사로 지난 1982년 처음 교편을 잡았다. 이후 30여년을 둔덕중학교 교사로만 근무하면서 교장의 책무까지 맡게 됐다.

곽 교장에게 이 학교 학생들은 단순히 교과를 가르쳐야 할 대상이기 이전에 사랑스런 후배였기에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특히 곽 교장은 교사로서 자신의 친동생을 4명이나 졸업시킨 경험도 특이한 이력이 있다. 그래서 졸업생들이 곽 교장을 부르는 호칭도 ‘선생님’ ‘교감선생님’ ‘형님’ 제 각각이다. 이제는 ‘교장 선생님’ 이라는 호칭까지 더하게 됐다.

이 학교 졸업생들에게도 곽 교장의 교장취임은 남다르다. 학교의 교목인 아름드리 느티나무처럼 늘 같은 자리를 지키며 학생들이 졸업을 한 뒤에도 늘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곽 교장의 교육이념은 ‘꿈을 키우는 감동교육 실천’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농촌 학생들을 가르쳐 오면서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곽 교장은 교정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 마다 수시로 학생들에게 미래 꿈을 묻는다. 그리고 다음에 만날 그 학생과 마주 할 때에는 학생의 이름 보다는 ‘경찰관’ ‘대통령’ ‘가수’ 등 해당 학생이 미래에 되고 싶은 직업을 불러준다.

학생들이 꿈이 자주 바뀌는 탓에 가끔 멋쩍은 경우도 생기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꾸는 꿈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고 그 목표를 위해 정진 하는데 작은 보탬을 주기 위해서다.

이번 취임식 및 입학식에 맞춰 열린 시집 출판기념회도 학생들의 꿈과 무관치 않다. 학교 특색사업인 ‘창의적 청마 독서 문화 체험 활동’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출판일정을 입학식에 맞춰가면서 까지 계획 한 것은 곽 교장이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곽 교장의 이번 시집은 표제 시 ‘느티나무 그늘에서’를 비롯해 모두 5부 84편의 시가 담겨있다.

곽 교장은 중학교 시절 교내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면서 글 쓰는 일을 꾸준히 해왔고 또 꿈을 키워왔다.
그리고 지난해 문학지에 등단을 하면서 그동안 모아 놓은 300여 편의 시 중 일부를 선별해 시집을 엮었다.

특히 이 시집에는 곽 교장이 학생들을 위해 쓴 시도 다수 담겨 있다. 특히 ‘강물을 닮은 코이’라는 시는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다른 코이라는 물고기처럼 학생들도 꿈을 꾸는 크기만큼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곽 교장은 “지역의 문화적 공간이자 지역 교육을 위한 열린 공간을 만들고 또 학생들의 꿈을 위한 교육을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 진다”면서 “앞으로 지역사회주민들과 학부모, 졸업생, 재학생, 교직원들의 기대에 보답 할 수 있도록 학교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