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명

시샘하는 꽃샘바람에
곱은 어린 손 끝에 들린 작은 초롱등 불빛처럼
간들
간들 꿈을 꾸며
춥은 낡은 초가집 처마 끝에 걸린 큰 호롱등 불빛처럼
흔들
흔들 희망을 부르며
피어나는 노오란 개나리꽃들이 싱글벙글어진다.
그립던 내 사랑
내 곁으로

거제문학32집을 읽다가 이 시를 골라내었다. 얼마나 추운 겨울인가. 올해는. 개나리꽃이 절절히 기다려진다. 거제문협 회원인 주시인은 시각을 거의 잃었다고 전해 들었다.
개나리꽃처럼 참으로 따뜻하고도 절절한 시다. ‘곱은 어린 손 끝’과 ‘춥은 낡은 초가집 처마 끝’, ‘간들 간들 꿈’과 ‘흔들 흔들 희망’으로 운율적인 대구가 참으로 멋지다. ‘춥은’은 추운의 사투리이지만, ‘곱은’과 운율을 맞추는 묘미가 절묘하다.
또 하나 이 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시각장애인인 주시인의 색감과 동적표현이다. ‘노오란’, ‘간들 간들’, ‘초롱등 불빛’, ‘흔들 흔들’, ‘싱글벙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마지막의 ‘그립던 내 사랑 내 곁으로’ 은 일견 시의 전반부와 생경하거나 유행가 가사의 일부분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필자는 진실로 따뜻한 봄과 그리운 추억과 사람들을 꿈꾸는 주시인의 뜨거운 가슴이 그대로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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