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금열(1949 거제면 서상리)

강이 끝나는 산 너머로
오늘처럼 붉게 타오르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긴 밤을 정말 아무 일 없이
번민도 없이 보내고
내재된 투정까지도
다 태우며 일어서는 태양

삐칠 것도 서운할 것도 없는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은 시작되고 게으른 그리움만
지각을 하고 있다

눈앞에 번지는 분홍빛
해무
“…… …… …… ”

너를 바라보며 오늘처럼 이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행복함이다

계사년 벽두에 하금열 대통령실장의 첫 시집 ‘江이 끝나는 山 너머로’를 전해 받았다. 평소 고향을 그리워하는 토속적인 시를 많이 쓰셨지만, 시집의 표지에는 고향 죽림포구가 다정히도 그려져 있다.
이 시는 시집의 뒷면에 전제되어 있어서 아마도 계사년 벽두에 가장 적절할 것으로 시인이 판단하신 듯하다. 대학시절부터 청와대에 들어가기 직전의 시들을 모아 펴낸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 아마도 이 시는 가장 나중에 창작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혼자 해본다.
험난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시국에 그래도 새해를 맞아 이 시처럼 자그마한 아침의 행복부터 느끼면서 희망의 끈을 절대로 놓지 말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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