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4309명. 올해 10월 현재 북을 벗어나 남으로 온 ‘북한이탈주민’ 수다. 이들은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이탈주민을 ‘단순 불법체류자’로 여겨 정기적으로 뒤져서 찾아낸 뒤 강제로 돌려보내고 있다. 심지어 이들을 돕거나 몸을 숨길 곳을 내준 사람도 함께 처벌할 정도다. 북한이탈주민의 불안한 신분을 이용한 인신매매, 불법취업 등에 따른 여러 가지 인권유린 문제가 벌어지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미국은 2004년부터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별도의 예산을 둬 ‘북한주민의 인권 신장과 인도적 지원, 탈북자 보호’ 등을 명분으로 공식적인 지원활동을 펴고 있지만, 북한은 “공화국의 체제전복을 위한 미국의 공작”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북한 인권개선과 민주주의 향상에 관심은 두고 있으면서도 공식적으로 북한이탈주민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꺼리는 상황이다. ‘내정간섭 및 체제불신’ 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2005년 처음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남한으로 무사히 입국한 이들도 일반 이민이나 망명과는 다른 처지여서 사회적응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식·비공식 형태로 지원되는 지원금·정착금 등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쉽게 사기를 당하거나 다 써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2년 이후로는 한 해 1000명 정도로 북한이탈주민 입국이 늘고 있어 남한에서도 사회적 관심이 점차 식어가는 경향을 보인다. 이른바 ‘역차별 심리’에 따라 탈북자들을 푸대접하거나 적대시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제경찰서가 도우미로 나서 내년 초 개소를 앞둔 ‘북한이탈주민 고용지원센터’는 단비처럼 반갑다. 상당수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에서 겪는 취업난과 생활고를 해결하는 데 적잖은 보탬이 될 걸로 기대된다.

거제지역에는 모두 30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탈북자’나 ‘새터민’ 같은 거리감 있는 말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사는 ‘거제시민’으로 바라봐주길 진정 원할 터다.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주민이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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