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전 반 평 원(1943~)

쑥부쟁이도 붉게 타는 날
한 빗줄기는 애절한 그리움이다
몇 두락 논배미
대엿 식구 생명을 잇기 위한 절규다
나락포기가 말라죽어가는
논두렁에서
아버지의 풍년초 줄담배 연기는
한숨을 타고 달아난다.
물. 비.
인간에 축복이고 징벌인가
날마다 하늘향한
간절한 기원, 그리고 원망
아이의 꿈속에서 소나기가 지나갔다
비에 젖어 달라붙은
삼베 적삼 속에
아버지의 어깨가 좁디좁았다
오늘은
그 어깨에 매달리고 싶다

‘그 질기고 생명력 강한 쑥부쟁이마저 빨갛게 타들어 가는 날’로 시작하는 시는 슬픈 곡조가 배어 있다. 옛날 그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 향수. 시인이 얼마나 향토와 자연을 사랑하는가. 꾸밈없는 시어들로 거침없이 읊고 있다.
그 시절 나라마저 어려운데, 위정자들은 호위호식하면서 얼마나 설쳤으랴! 하늘에 대한 원망에는 이런 한탄도 섞여서 종이로 말거나 담뱃대에 넣어서 피우는 담배인 봉초 연기로 날아갔으리라.
이제 반평생이 지나 시인은 그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마지막 연을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부모를 그리워하고 노래한 시는 많지만, 이렇게 향수에 젖어 절창인 시는 참으로 드물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