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거제 마린 푸르지오 청약 모집에 당첨된 A씨는 기쁨도 잠시 곧 큰 실망에 빠졌다. 아파트를 분양 받은 뒤 전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으려 했던 A씨는 당첨 연락을 받고 서둘러 지역의 한 인터넷 카페에 분양권을 판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글을 비롯해 200여개의 ‘전매글’이 카페를 도배하다시피 했으나 기대와 달리 수요가 매우 적어 대부분이 허탕치고 말았다.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이들 분양권은 결국 계약 마감과 함께 회사 보유분으로 떠넘겨졌다.
이른바 ‘P(프리미엄)’를 노렸던 전매자들은 이번 일로 금전적 손해는 입지 않았지만 청약 1순위 신청 자격 조건인 청약통장을 아무런 소득 없이 ‘날려버린’ 꼴이 됐다.
하지만 그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거제는 지방이라 6개월만 있으면 1순위 자격이 생긴다”, “이제는 거제도 주택 공급과잉이라 청약의 메리트가 떨어진다”, “이자도 낮아 어차피 해지하려 했었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작년 1만명 가입, 올해는 감소 추이
거제지역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로 청약통장의 역할이 줄어드는 데다 기존 가입자가 많아 현재 가입해도 1순위로 집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른바 ‘만능 청약통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의 거제지역 가입자 수가 올해 2월 3만8573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월 떨어져 지난 8월 1611(4.1%)명 줄어든 3만6962명을 기록했고, 이후 9월부터 소폭 증가해 지난 10월 현재 3만7443명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1월(2만6022명)부터 12월(3만6811명)까지 무려 1만 명(41.4%)이상이 늘어났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청약 순위별로 1·2순위 가입자는 올 1월과 비교해 현재 1만786명(+8.6%)과 1만4934명(+19.5%)으로 늘어난 반면 3순위는 1만1723명(-24.4%)으로 3799명이 줄어들어 전체 가입자 수를 떨어트렸다.

작년 8월부터 시들해진 청약 인기
청약통장은 전용면적 85㎡이하 공공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저축과 전용면적 85㎡이상의 공공주택과 모든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 전용면적 85㎡ 이하의 민영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이 있다.

기존의 청약저축과 청약예금·청약부금의 기능을 한데 묶어놓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공공·민영 주택 등 모든 신규분양주택 청약에 사용할 수 있어 2009년 5월 출시와 함께 1개월 만에 전국 580만개 이상이 유치되는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 거제에서도 1만1587명이 만능통장을 개설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전국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고, 주택경기 침체와 미분양 증가, 신규 분양 물량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앞서 5월에 기존 가입자들이 대거 1순위에 편입되면서 2·3순위 가입자들의 인기지역 당첨 확률이 떨어졌고, 곧 통장해지로 이어진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미분양 시기와 맞물려 원인으로 분석
거제를 비롯한 경남은 전체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였으나 올 들어 사천시가 가장 먼저 감소하기 시작했고, 2월부터 거제가 뒤를 이었다. 현재 감소 추세는 거제와 사천에서만 보이고 있다.
거제지역의 통장 가입률 감소도 전국과 공통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미분양이 2월에 분양된 벽산e-솔렌스힐 2차에서 시작되고 있어서다. 369세대 모집에 총 5689건의 청약접수가 몰려 평균 경쟁률 15.42:1을 기록한 이 아파트는 모든 주택형이 1순위 마감하는 인기를 보였다. 그러나 시에 확인한 결과 현재 90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었다.

이어 3월에 분양한 벽산e-솔렌스힐 3차 역시 3.29: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현재 100세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같은 달에 분양한 사곡 영진자이온 역시 청약 경쟁률은 4.59:1이었으나 100세대가 남았다. 최근 10월에 분양을 마감한 거제 마린 푸르지오는 당시 경쟁률이 2.72:1이었으나 27일 현재 계약률 75%라고 분양 관계자가 밝혔다. 엘크루 랜드마크는 100% 계약률을 보였다.

아파트 미분양 증가와 청약통장 가입자 감소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미분양으로 인해 청약의 메리트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지역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50~60년대 베이비붐세대의 내집마련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인구가 줄어들고 집이 남아도는데 굳이 청약통장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청약통장이 P를 노리는 전매자들과 ‘떳다방’ 등에 악용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실수요자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시 관계자는 “차차 분석하면 (통장 가입 감소)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당장은 미분양과 청약감소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인다. 청약은 장기적인 재테크 방식이기 때문에 일순간 줄었다고 해서 메리트가 떨어졌다고 속단하기엔 이르다”고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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