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승포항을 찾은 각종 어선들이 위판장 앞을 가득 채운 모습

거제수협(조합장 성충구) 장승포 위판장(委販場)에 활기가 넘친다. 지난해보다 처리 물량과 위탁판매한 금액이 부쩍 늘었다. 다른 지역에 선적(船籍)을 둔 크고 작은 고깃배들이 장승포항을 제집처럼 드나들면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수산물을 풀어놓는 까닭에서다. ‘꿈의 바닷길(거가대교)’이 놓인 후 이른바 ‘빨대효과’ 탓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지만 이곳은 오히려 ‘역(逆) 빨대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거제수협에 따르면 올 들어 장승포항을 찾는 바깥 어선들이 줄을 잇는 추세다. 가까운 통영에서부터 삼다도(三多島) 제주까지 장승포를 모항 삼아 드나드는 고깃배들의 ‘주소’ 또한 다양하다.

주로 남해 연안(沿岸) 및 제주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오징어 채낚기(물고기 등을 채어 낚을 수 있도록 바늘이 없는 낚시 여러 개를 달아맨 줄) 어선과 이보다 덩치가 큰 트롤(Trawl·저인망) 어선, 멸치를 잡는 권현망(權現網·자루그물) 어선, 고등어잡이 선망(旋網·두릿그물) 어선 등이 장승포 위판장 주요 고객들이다.

이처럼 많은 어선이 위판을 위해 장승포항을 찾는 건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다. 남해안에서 조업 중인 어선들이 부산항까지 가려면 2시간 30분 정도, 통영항은 2시간가량, 사천항은 무려 4시간 가까이 걸려 장거리 이동에 따른 유류비 부담에다 생선의 선도 문제 등으로 장승포항을 선호한다는 게 거제수협 쪽 설명이다.

배가 몰리니 위판 물량과 금액도 덩달아 늘었다. 11월 현재까지 장승포 위판장에선 갈치 27톤, 고등어 655톤, 멸치 2899톤, 청어 1079톤, 오징어 1611톤, 기타 어류 669톤 등 각종 수산물 7866톤이 팔려나갔다. 돈으로 따지면 70억1900만 원어치다. 작년 같은 기간(6277톤ㆍ44억9600만 원)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몸값 높은 ‘은(銀)갈치’(2억200만 원·이하 위판금액)를 비롯해 밑반찬으로 주로 먹는 멸치(14억2800만 원), 사료용 삼치(2억2800만 원)와 청어(5억2100만 원), 오징어(24억8400만 원) 등이 전년보다 두 배 안팎으로 많이 잡힌 데다 값도 비교적 좋게 형성돼 전체적인 위판 실적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 위판을 앞두고 상자에 담긴 오징어

여기서 위판된 물량은 곧바로 지역 내 마트나 전통시장 등으로 나가고, 나머지는 전국의 도매시장 등으로 팔려 식탁에 오른다. 일부는 냉동 창고에 저장된 후 판매된다.

위판장 활성화는 지역경제에도 짭짤한 보탬이 되고 있다. 고등어 선망 어선이 항에 들어와 위판을 앞두고 선별작업을 진행할 때는 보통 150명 정도의 인력이 한꺼번에 필요한데 여기서 나오는 ‘보수’가 적지 않다는 것. 단 세 차례의 선망작업으로 7억 원이 넘는 돈이 풀렸다고 한다.

거제수협 관계자는 “관내 어선 외에 외지 어선들이 장승포항에 많이 입항해 거가대교 개통에 따른 외부유출과는 반대로 유입되는 경제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장승포 위판장은 지리적으로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을 갖고 있어 앞으로 접안시설 확보 등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면 한층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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