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갓난 아기와의 만남, 기적을 낳은 사랑의 힘

사랑은 기적을 낳는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거제도 애광원(원장 김임순)에 적확한 표현이 아닐까. 일곱 갓난아기와의 운명적 만남에서부터 오늘의 애광원이 있기까지, 김임순 원장이 보여준 사랑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전혀 일어서지 못하던 중증장애 아이들이 일어섰을 때, 말 못한다고 포기하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날 보고 ‘엄마’라고 소리지를 때, 가슴 뭉클한 보람을 느끼고 살아왔습니다.”

김임순 원장(87)의 운명을 바꾼 건 한국전쟁이었다. 1952년, 두살배기 딸 아이를 등에 업고 거제도로 온 그녀는 옥녀봉 기슭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피란민 막사에 가게 됐다. 움막 하나가 눈에 띄었고 거적을 열어 젖히자 일곱 명의 갓난 아기가 굶주림에 울어대고 있었다. 미 군용 담요에 싸인 채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아이도 셋이나 됐다. 그날부터 일곱 갓난아기들과의 씨름이 시작됐다. 잘 나오지 않는 젖을 번갈아 물렸다. 젊은 새댁 홀로 갓난아기 일곱을 돌본다는 건, 힘들다는 표현으론 형용키 어려웠을 터다.

“서러움이 북받쳐 소리내 울고 또 울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지쳐 잠들었는데, 새벽 종소리에 깨어났습니다. 아이들과 평생 살겠다고 서원했습니다.”

그 기도대로 전쟁 고아들과의 만남은 김 원장의 평생이 됐다. 영아원의 기틀이 잡히면서 아이들이 점점 늘어갔다. 열악한 당시의 환경에서 홍역을 앓다 숨지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슬픔도 잠시, 이를 악물어야 했다. 5.16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원금이 끊기자 보사부 장관실까지 찾아가 지원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전쟁고아들도 줄어들자 애광영아원은 1978년 정신지체 장애시설로 전환했다. 건강한 아이들은 나름대로 독립할 수 있지만 정신지체 장애 아이들만 방치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탓이다. 교육도 뒷받침돼야 했다.

김 원장은 지난 1989년 막사이사이상으로 받은 상금 1800만원을 최신식 학교 건립 비용으로 보탰다. 예산은 턱 없이 부족했고 국회를 찾아 지원을 요청하고 법 개정도 요구했다. 장애인일수록 최상의 시설이 마련돼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렇게 애광원은 발전했다. 일곱 갓난아기로 시작한 애광원은 정신지체인 생활시설 애광원과 중증장애인 생활시설 ‘민들레집’ 특수교육기관 ‘거제애광학교’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애빈’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성빈마을’ 등 중증장애인의 큰 공동체로 변모했다.

“지난 60년은 날마다 기적의 연속이었습니다. 이 기적은 수많은 후원자님들의 기도와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원자님에게 건강과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상훈

1970년 국민훈장 석류장
1979년 아산사회복지재단 1회 공로상
1983년 대한적십자사 박애장 은장
1989년 Magsaysay상 사회지도부문
1991년 정신지체인 애호대상
1991년 거제군민 대상수상
1994년 호암상 사회봉사부문
1995년 국민훈장 모란장 인권옹호부문 수훈
1997년 제3회 자랑스러운 이화인상 수상
1998년 경남을 빛낸 여성상
2006년 경남교육감상
2007년 제6회 유관순상
2010년 한신대학교 명예박사학위
2012년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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