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희

때 묻은 한 벌 옷을 세상에 벗어놓고
하늘에 메어달린 상념의 안개 기둥
밤새워
돌아 도는 아득한 불경소리

백담사 밀어올린 봉정암 우담바라
그욱한 자비향기 대청봉 넘고넘어
온 세상
밝혀주는 꽃비로 내리리라

땅 위에 내린 마음 이슬에 젖고 젖어
빈 마음 쥐어주고 오던 길 가라 하네
명상 안
갇힌 번뇌 얼마나 아픈 정진인가

시조시인은 거제문협 회원으로 여성사회단체 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많은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정암은 내설악의 초입 백담사를 지나 수렴동계곡을 거쳐 도달 할 수 있으며, 해발 1244미터의 국내 최고의 사찰이다. 이런 높은 곳의 경치와 사찰을 접하고서 좋은 시 한수를 장만한다는 것. 참으로 멋진 일일 것이다.

시조의 소재로 사찰들을 노래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그 중에서도 어려운 불교용어를 일부러 인용하는 듯한 시도 일부 있으며, 도식적이고도 상투적인 묘사로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도 가끔은 있다.
이 시조를 두세 번만 읽어 본다면 참으로 정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시인의 격조 높은 감성에서 연유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세상 때 묻은 옷 속세에 벗어두고 봉정암의 우담바라로 피어올라 산개하는 꽃비는 결국 번뇌를 넘어 용맹정진의 눈에 보이는 작은 희열이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은 독자님들의 상상의 몫으로 남겨두고.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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