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전 반 평 원(1943~)

한 단에 2천원 주고
집에서 벗기면 3천원어치 된다는
아내의 산술적인 계산
벗으면 돈이 되는 세상이라
둘이서 벗긴다

위장전입, 탈세, 병역, 부동산투기의
흔적이 없는 원초적 진실
똑 부러지는 성깔
신성한 누드
비취색 고운 속살이 드러난다

고구마보다 줄기가 더 잘 팔리고
반쯤 벗고 사는 역발상의 세상인데

한때는
벗은 그림을 동경하던
군상속의 한 남자였던
나

시인은 거제예술인상을 수상한바 있으며 거제문협, 거제수필의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거제향교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수필과 시를 같이하는 시인의 글감은 항상 일상생활에서 구해지는 소시민적이고 감성적인 소재가 대부분이다.

시는 쉽게도 술술 읽혀져 내려간다. 고구마 줄기의 껍질을 벗기는 사소한 일에서 정치사회의 풍자를 빗대어 넘어 가고, 세상사도 한번쯤 비틀었다가 결국 시인 자신의 소시민적인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시의 중심은 가운데 부분 “신성한 누드 비취색 고운 속살이 드러난다.”로 감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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