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하루 법회에 참석했던 불자님들께 다음과 같이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절에를 왔습니까? 그리고 왜 이 자리에서 법문을 듣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해봤다.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 쉽게 대답하기도 어려운 질문이다. 몇몇 불자님들은 ‘복을 짓기 위해서 왔습니다. 혹은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 왔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대답을 했지만, 질문자의 의중에서 벗어난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복을 지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또한 지혜를 갖추어서 무엇을 할 것인가? 결국은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잘살려고 절에도 다니거나 법문을 듣기도 하면서, 복을 짓거나 지혜를 갖추어 나가는 것이다. 인류공통의 근원적인 염원(念願)이 행복한 삶이기 때문에,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위의 근본적인 이유와 모든 삶의 궁극적인 목적도 ‘영원히 행복하게 사는 것’에 있다. 그런데 현대인의 삶은 겉으로는 호화스럽게 보이지만, 실상은 해결하지 못하는 고통의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인간은 현재의 불행에서 벗어나서 행복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하여 공부를 하거나 가족을 만들기도 하고, 직업을 가지거나 취미생활을 하기도 하며, 정치적인 선택을 하거나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불행과 고통이 생겨나는 원인을 알지 못하여, 매번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수행의 목적으로 삼는다. 고통에서 벗어나서 영원한 즐거움인 행복을 가지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달아서 일체중생들의 괴로움을 해탈하게 하신 부처님과 똑같이 되게 하는 것이다. 약 2600여년 전에 북인도의 카필라성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셨던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생 중에서 중요한 여덟가지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팔상도(八象圖)가 있다. 팔상도에 있는 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을 보면 인간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고통의 문제를 볼 수 있다.

궁전을 철 따라서 옮겨다니면서 최고의 호화스러운 삶을 살아가던 싯다르타 태자가 부친인 정반왕을 따라서 농경제(農耕祭)에 참석하게 되었다. 소를 채찍질 하면서 밭을 가는 농부의 모습과 흙속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는 새들을 보면서, 약육강식의 투쟁하는 세상에 대하여 번민과 사색을 하게 되었다. 그의 번민은 부귀영화와 병고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인간고(人間苦)에서 생겨났던 것이다. 성년이 되어 신하와 함께 성의 동쪽 문 밖으로 나갔는데, 늙어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을 보면서 삶의 초췌함을 보게 되었다.

얼마후에는 성의 남쪽 문 밖으로 나가서는 병에 시달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병자를 보면서 삶의 참혹함을 느끼게 되었고, 서쪽의 문 밖에서는 죽은 사람의 상여행렬과 통곡하여 울부짖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가 성의 북쪽 문 밖에서는 행색은 남루해 보이지만, 의젓하고 기품이 있는 출가수행자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와 같은 필연적인 인생의 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태자는 출가를 결심하였었다.

음력 2월8일 한밤중에 성을 떠나서 수행을 하셨던 것이다. 그 누구도 갖기가 쉽지 않고 또한 놓기는 더욱 어려운 부귀와 권력, 가족, 세속의 기쁨을 모두 내려놓고 떠나셨던 것이다. 중 아함경에서는 ‘내가 출가를 한 것은 병듦이 없고, 늙음이 없고, 죽음이 없고, 근심과 걱정과 번뇌가 없고, 지저분함이 없는 가장 안온한 행복의 삶(열반)을 얻기 위해서였다’라고 말씀을 기록했다. 마침내 사문(沙門) 고타마가 깊은 수행으로 깨달음을 성취하여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셨고, 팔만사천법문을 통하여 우리들에게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아주 세세하고 정확하게 가르치셨던 것이다. 깨달음이란 것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우주법계의 원리를 파악하여 언제나 맞이하는 지금 이곳에서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과 방식을 알아채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입멸(入滅) 전에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그러면 비구들이여!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말하겠다. 조건 지워진 모든 것은 무상(無常)하다. 그대들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라’고 법을 설하셨다. 우리의 삶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기를 강조하신 것이다.

우리의 현실상황은 무한경쟁을 통하여 양극화가 심화되어가고, 사상이 난립하면서 가치관이 혼란한 가운데, 사람들은 미래의 삶에 대해서도 희망보다는 절망이 앞서는 고통스러운 사회적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경제후진국이 오히려 행복지수는 높고, 물질의 풍성함보다는 정신의 풍요로움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현대인들에게 ‘무엇으로 어떻게하여 행복한 삶을 갖게 해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뇌하여 깨닫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시대적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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